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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쉬 -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음, 엄정순 옮김, 오라프 슈베르트 사진 / 샘터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날마다 넓은 들판에 앉아서 돌을 만지며, 물 흐르는 소리와 가축들의 종소리 그리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또한 들판에서 자라는 야생식물과 들꽃 냄새를 맡으며 타쉬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이야기와 노래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p.68)
타쉬는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은 순진무구한 아이다. 시력을 잃은 것 자신이 잘못을 한 행동때문에 집안을 지키는 귀신이 시력을 앗아갔다고 믿는 순진함까지 가지고 있다. 타쉬는 시력을 잃은 후 영혼의 눈을 가지게 된다.
소리로 가축들을 구분할 수 있고, 발의 촉감으로 주위에 있는 집과 길까지 알 수 있게 된다. 시력을 잃었지만, 그동안 타쉬에게 잠재되어 있던 촉감과 청각으로 사물을 인지할 수 있고,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소리와 감촉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는 목동이 된다. 그 마을에는 타쉬처럼 모든 가축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목동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서양인이 점자와 시각장애인 학교를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2년이 지나고 난 후에 유목민이 그 학교가 있는 마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타쉬는 따라나선다. 자신도 친구들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루고 싶어서...
<타쉬>는 티베트의 실재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티베트에는 고원의 따가운 햇살과 깨끗하지 못한(?) 집안의 공기 때문에 시력을 잃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현대에서 보기 어려운 영혼의 눈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이 현대 사회의 휴대폰과 자동차, 비행기를 이야기해도 신기해할 뿐 그들에게는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타쉬로 대표되는 티베트인의 기질은 <타쉬>에 나오는 티베트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술술 읽히는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속에는 미지의 나라 티베트에 대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지은이인 사브리에 텐베르켄 또한 시각장애인이고, 또한 사진가인 오라프 슈베르트 또한 티베트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은이는 티베트에 시각장애인센터를 설립했고, 티베트 점자를 만든 31살의 여성이라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이들이 만든 순수하고 아름다운 책이 바로 <타쉬>다.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타쉬'로 대표되는 자연의 사람들이 만든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