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 가후의 도쿄산책기
나가이 가후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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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선구자 나가이 가후의 『게다를 신고 어슬렁 어슬렁. 사실, 한국 OO주의 문학의 선구자도 모르는데 나가인지 나가린지 내가 알게 뭐냐. 이 책 제목부터가 상당히 거슬린다. 어슬렁 어슬렁이라니. ‘산책에 관한 책을 읽겠다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솔직히 후회했다. ‘산책은 여유의 상징이며, 회피의 정당화가 아닐까. 현재 한국을 뒤덮고 있는 참사의 후유증과 국민적 분노와 상실감이 나와 마주하고 있는데 무슨 산책이냐.

 

그런데 저자가 도쿄를 산책하고 있는 시기가 재밌다. 일본 자본주의가 시작된 명치유신 시대때의 도쿄. 그 변화와 혼란의 도쿄를 걷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철도가 개통되고, 거리의 가스등은 전기등으로 교체되며, 컬러 영화가 개봉하고 소형자동차가 거리를 지나다니는 도쿄. 우리나라로 치면 구한말의 경성이 아니었을까? 전차가 다니고 여자들의 치마는 복숭아뼈 위로 올라올 때, 백성도 아니고 국민도 아닌 사람들이 코피의 쌉싸름함을 알기 시작할 때, 신식 카페와 양장점 건너에 분뇨 냄새가 진동하는 조선의 천민들이 살던 움막이 공존하는 경성. 그 곳을 거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존하는 경성. 변그곳을 거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을 걸어본다.

앞만 보고 쭉 따라가기도 벅찬 강남과 정부와 시민이 첨예하게 대립, 충돌하고 있는 광화문. 그 충돌이 남 얘기인 듯 여유로운 신사. 서울을 걷는 것과 서울에서 살아나가는 것은 쉽지많은 않다. 어슬렁 어슬렁은 결국 이 책의 저자처럼 치열하지 않은 적당한 회피와 관람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오늘날의 우리, 특히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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