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꼬아서 생각하고,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거 하나 없이 직관적으로,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 책의 강점이다. 여행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 뚝 끊고,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경관,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 마음 한가운데에 들어찬 사람과 생각을 품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거라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책도 여행도 인생도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 책에서 나온 어떤 도시든 아직 가보지 못해서 작가의 스토리가 너무 자세하게 펼쳐졌다면 왠지 가기도 전에 여행을 해버린 것 같아 첫인상의 기회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야 더 가고싶고, 더 간절해지는 게 있다.
그리고 .. 세상과 가족, 친구,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자기 자신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애정이 눈에 돋보인다. 여행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로만 마음을 꽉꽉 채우려면 일단 걱정과 고민을 밖으로 잠시 밀어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나의 결핍이나 못난 점을 무조건적으로 극복하고 싶다거나 혹은 아예 나의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같은 집착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어딜 가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세상을 대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 굉장히 닮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끝으로 갈수록 작가가 점점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다시 삶으로 복귀할 용기가 차오르는 게 책의 후반부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두고 온 과거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롯이 여행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행 가고싶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도시들을 보니 언젠가 그곳에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까지 나도 열심히 살고 있어야겠다.‘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