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덩컨의 무용에세이 범우문고 144
이사도라 덩컨 지음 / 범우사 / 198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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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덩컨, 그녀에게 있어 예술의 원천은 자연이다. 따라서 무용은 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찾아 이들 형태의 혼을 표현하는 동작을 발견해야 하는 것인 동시에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을 뜻한다. 그것은 단순히 자연 속에서 춤춘다고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용 의상을 벗어 던진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자연의 조화된 흐름 속에서 충분히 용해된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가는 누구보다도 살아 있는 것의 힘, 건강, 고귀함, 구속 없는 한가함, 정적을 표현하는 동작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말이 자연스런 춤이 모든 것을 되는대로 내맡긴다는 뜻은 아니다. 무용가의 춤이 자연에 거슬리지 않는 다는 것. 즉, 자연이라는 커다란 원천 속에서조차 생소한 구상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일찍이 그녀처럼 자기 세계관이 뚜렷한 예술가를 만난 적이 없다. 그녀의 혁명적이고도 자유스러운 사상에 비하면 내 사유는 협소하다 못해 옹졸하다. 우리과에서 자신의 이름에 양친의 성을 함께 쓰는 여학우들이(예> 김문**, 박권**) 속속 생겨나는 것도 아마 그녀처럼 여성의 몸과 정신에대한 혁명적 사상을 가진 선각자들의 영향이 크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녀의 무용론은 단순히 무용 그 자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써야할 시에 대한 시론이며 더 나아가 예술론이다.

「이상적인 춤」이란 단원에서 그녀는 작곡가의 세 부류를 들고 있다.
첫째는 학문적 음악을 고안해 내는 사람들로서 지성을 통해 감각에 호소하는, 교묘하고도 미묘하고 효과적인 음악을 탐구하고 편곡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자기의 감성을 소리라는 매체로 바꾸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로, 음악을 창조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기쁨이나 슬픔을 직접 청중의 마음에 호소하고, 그 음악이 환기하는 기쁨이나 슬픔 그리고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에 청중의 감정을 사로잡는 부류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잠재 의식적으로 그들의 혼이 어떤 다른 세계의 멜로디를 듣고 있는 사람들로 덩컨이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가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은 좀 거칠게 말하자면 잔머리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나의 경우인데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을 쓰다보면 내 감정에 도취되어 간혹 자신도 모르게 신파를 넘어 청승에 가까운 작품이 나올 때도 많다. 나는 언제쯤 그녀의 말처럼 이 자연의 소리, 우주의 소리를 연주하는 훌륭한 악기가 될 수 있을까. 사뭇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무용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훌륭한 방법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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