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동안 오해아닌 오해를 좀 받았다.

"우와~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어?"

"오오~ 이런 책 어떻게 읽어요?" 등등.

 

나... 어려운 책도 너끈히 읽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 아니다.

집중력도 꽝이고, 독해능력도 부족해서 어려운 책은 금방 덮어버리곤 하는데 내가 무슨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겠나.

이 책은 제목이 너무 거창해보여서 얼핏 매우매우 어려운 책으로 오해받기 쉽다.

나도 이 책이 2008년의 좋은 책으로 선정된 걸 보면서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 책이 손에 들어오자 (내가 산 게 아니라 우연히 얻었다. ㅋㅋ 미리 안 사길 잘했지) 딱 떠오른 생각이,

"에게? 이렇게 얇아? 글씨도 헐렁하네?" 였다.

 

이 책은 어려워보이는 저 물음 형식의 제목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지은이 장 지글러는 학자이면서 유엔에서 아동 문제와 식량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활동가이다.

그가 아들에게 세계의 기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들을 짚어나가면서 설명해 주는 대화형식으로 되어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의외로 굉장히 쉽고,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예전에 사이버 독서논술대회에서 중3 과제로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주어졌는데 나도 안 읽어봤기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결국 이번 방학에 읽게 되었다.

한비야 씨의 책에서는 굶주리는 아이들의 처절한 실태를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그들을 돕기 위해 나부터 작은 손을 내밀면 되겠구나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이 책은 그런 낭만적인 생각도 실상 이 현실에서 별 도움은 못 되는구나 하는 약간의 절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절망감 때문에라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비야 씨의 책과 함께 읽었을 때 느끼는 바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자고 캠페인까지 하는데 왜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굶주려서 죽어야 할까,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저 그 곳의 땅이 척박해서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작물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원조를 해 줄 수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다.

이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살리자는 모금은 해도, 그것의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으니까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어느 나라든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경작할 땅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이나 사회 구조적인 모순, 환경파괴로 인한 사막화, 식민정책의 영향 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가장 비참한 죽음이라는 '굶주림으로 인한 죽음'이 만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르키나파소가 될 것이다. 젊은 개혁자 상카라가 이루어놓은 4년만의 기적이 그가 죽고 난 후 도로아미타불이 되면서 또다시 기아가 만연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쩌면 이 책의 결론 또한 너무 낭만적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전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이 현실은 지금처럼 무작정 구호단체의 미미한 힘에 기대기엔 너무 심각해져버렸다.

낭만적인 것같아서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어보여도 한 명 한 명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늘어갈수록 어쩌면 조금씩 줄어들지도 모른다.

지금 유엔의 가장 큰 목표는 환경 문제도 아니고, 기아문제 해결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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