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3
이상교 글, 한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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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결이예요.
오랜만에 책 리뷰글을 남기는군요-
  
그럼 이번에 저와 꽁알이가 읽어본 빈집. 함께 살펴볼까요?
 
 

 
이 책, 빈집은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걸작그림책 43권에 해당해요.
 
제목과 그림이 주는 느낌, 어떠한가요?
 
꽁알이와 책을 읽을 때는 그림이 주는 느낌이나 제목이 의미하는 걸 가지고 이야기를 종종하는데요.
물론, 책을 받자마자 꽁알이가 정말 빠른 속도로 스스로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말이죠.
이번에는 그림과 제목으로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엄마는 참으로 이 책이 좋았다는 거, 왜 그랬을까요?
여섯 살 꽁알이에게는 조금 어려웠지만, 엄마는 마냥 좋았던 이 책, 빈집을 함께 살펴보도록 해요.
 

 
그림- 한 번 보셔요.
툭툭 던져놓은 듯한 사물의 이미지와 툭툭 던져놓은 듯한 단어들이 잘 어울려요.
 
할머니, 아기, 장롱, 항아리, 강아지 집.
 
선뜻 이 단어를 엮어 이야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민들레 홀씨 같은, 혹은 강아지풀 같은 무언가와 빈 병, 베게, 빗자루, 널브러진 인형.
 
이 그림들 역시 선뜻 엮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아하. 이삿짐을 싸고 있는 중이었군요.
 
다 데리고, 가지고
이사를 가면서
 
그런데, 이삿짐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작은 트럭하나, 단촐하군요.
 

 
집은 그냥 두고 가더란다.
 
네. 의미를 연결하기 위해 이 페이지를 담았지만
실은 그림을 보려면 두 페이지를 다 봐야해요.
조그만 차는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집만 두고 떠나고 있어요.
 
차를 보내는 산의 표정이 밝지 않아 보이는 것은 저만 보이는 걸까요?
아무렇지 않게 책을 읽어낸 꽁알과 달리, 저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 혹은 사물을 보는 새로운 눈의 발견 때문인거지요.
 
흔히 시인은 사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빈집 역시 이사를 떠나는 사람의 시선이 아닌, 빈집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답니다.
바로 집은 그냥 두고 가더란다에서 그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작가의 이 새로운 시선이 참으로 좋았고요.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이 울더란다.
미닫이문이야 속으로 울었겠지.
 
남겨진 집의 구성원들은 당연히 떠나보낸 직후, 남겨진 자들의 쓸쓸함이 깃들었겠지요.
어쩌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빈집에 여전히 남겨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왜 떠나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떠난 사람들도 떠나고 싶어 떠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서운해하고, 쓸쓸해하는 빈집에
 
-우리 모두 함께 살러 가자.
 
고 하며 고양이들이 몰려옵니다.
 
들깨. 엉겅퀴, 도깨비바늘과 같은 잡초 혹은 풀들도 살러가자고 합니다.
 
 
사람이 떠나고 난 빈집에
들짐승과 들풀이 뽀얗게 자리를 틀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 표지에 있던 시커먼 빈집은
이렇게 고양이가 웃음짓고, 알록달록 예쁜 들풀이 꽃을 피우는 생명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이 떠난 빈집은 을씨년스럽고, 적막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들짐승과 잡초가 가득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을씨년스럽고, 적막하고, 관리안된 그리하여 살림의 의미가 사라진 빈집을
오히려 사람이 떠난 빈자리에 생명력이 강한 들짐승과 들풀이 자리잡아 새로운 살림의 터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사물에 대한 따스하고도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니
엄마인 저로서는 참으로 좋았을 밖에요!
 
물론, 꽁알이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점차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자라면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겠지요.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책, 빈집의 전문이 수록되어 있어요.
한 편의 시군요.
그 한편의 시로, 예쁜 그림책을 만들었군요.
 

 
그리고 그 다음, 작가의 말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어요.
그 어떤 작품 해설보다도 작품이 담긴 정서를 잘 설명하는 작가의 말-
사람이 떠나고 아무도 없는 빈집이, 알고 보니, 여러 들풀들이 가득차 있는, 그리하여 빈집이 아니었다는 깨달음.
 
 
사물을 하나의 시선으로만 보지 않고,
뒤집어 다르게 보면 이렇게도 달리보인다는 것을-
 
그리고, 사물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가의 말 덕분에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참으로 마음이 따스해졌답니다.
 
꽁알이는 책을 읽고 나서, 별말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래도 언젠가 꽁알이와 함꼐 이 정서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 책을 덮었지요.
이 정서를 느끼는 게, 여섯 살 꼬맹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요.
 
 
 
좋은 책, 참으로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은 시공주니어 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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