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생명과학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철학 강의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조해선 옮김 / 갈마바람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저자가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라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을 때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돌리 이후 생명공학의 발전과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배아줄기세포(ES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출생 전 진단, 선택임신 등의 개념과 현재 발전 수준 등을 설명한다. 그러나 생명공학 발전 자체만을 설명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발전이 내포하는 윤리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무겁게 던지고 있다. 


서두에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의료기술이나 유전공학이 치료가 아닌 '강화'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만능 세포를 이용해 질병이나 노화로 기능을 잃은 신체 조직을 새롭게 복구하는 재생 의료기술은 더 많은 병을 고치고 오래살 수 있게 해줄 수 있겠지만, 반면 나이가 들어 기능과 능력이 쇠퇴한 부분만 교체하는 식으로 질병의 치료 뿐만 아니라 강화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신체의 일부분을 마치 부품처럼 갈아 끼우는게 가능해지고 확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과학기술이 이처럼 사회적 제한 여부를 결정 못한 채 발전해나가는 상황을 '내리막길'에 비유한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제동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채, 긍정적 효과가 가시적이고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에 올라타 발전이 가속되는 상태. 우리 사회가 직면해있는 상황이 아닐까. 


특이하게 느껴진 건 생명공학이라는 과학의 문제를 다루면서 문학과 종교, 철학 사상, 사생관 등을 녹여냈다는 점이다. 대표로적으로, 있을 법한 미래 세계를 그려낸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 작품 '멋진 신세계'와 생명을 주어진 선물로 받아들이는 마이클 센델을 인용하여 생명공학 발전이 내포하는 철학적이고 문명론적인 차원을 고찰하였다. 또 일본 작가의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소설도 인용하여 일본의 유한한 생명에 대한 서구와는 다른 자세와 인식을 소개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서구와, 와, 이와는 다른 종교적 관점을 가진 일본이 임신 중절이나 뇌사 등 생명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다른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 윤리의 사고 방식이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로 인해 다를 수밖에 없으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지속하면 더 깊은 차원의 공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역설한다. 그러니 토론과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명공학과 윤리의 문제를 바라볼때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어쩌면 익숙해져버린 기독교적, 서구적 관점 뿐만 아니라 이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일본의 사상이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가치관은 어떨까, 생명공학의 가능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가치관과 시선으로 봐야할지 뒤돌아 생각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