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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지은이: 김석중 /김영사
우리나라에서 유품 정리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신 분께서 쓰신 책이다. 어쩌면 떠나버린 사람의 마지막 흔적을 보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슬픔을 가장 많이 접하신 분이 경험하신 것들을 담은 책이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의 일상, 죽음에 대한 태도, 남는 이들의 모습 등 헤어짐과 관련한 다양한 모습을 책에서 느껴볼 수 있다.
...별 수 없이 저는 이들을 막으려고 노란색 접근 금지 테이프로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고인의 물건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물건이 사라진 빈 공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이 채워집니다.
본문 67 페이지
책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냥 밖에 내다 두는 가구, 화장대, 침대 등의 물건은, 그냥 가져가서 써도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긴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지 않나. 어떻게 유품정리라고 문구가 써져있는 차가 와서 물건을 내리고 싣는데, 이 물건은 가져가도 되나, 가져가면 안되나 물음을 할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아직 죽음에 덤덤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나는 나와 생판 모르는 사람이어도, '죽었다' 라는 소식을 들으면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고, 멍하게 그 사람의 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죽음 이후의 삶이 다시 채워지고, 일상으로 금방 돌아가는 걸 알아서 죽음 보다는 그 뒤 남은것들에 대해 더 빠르게 관심이 가는 사람들도 꽤 많은가보다.
많은 죽음을 겪지는 못했지만,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무서운 점, 혹은 씁쓸한 점, 또는 다행인 점은 죽음 이후에도 일상은 회복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떠나버린 사람의 가족이라면 이 점은 정말 원망스러울 것이다. 나는 이렇게나 슬프고 괴로운데, 어제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사람의 빈자리가 너무 외로운데 다른 사람들은 또 잘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난 솔직히 견디기가 힘들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상이겠지만 난 그게 너무 야속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또 그 빈자리에 익숙해지고, 잠깐 빈자리를 잊을때도 있고, 일상을 살아가는 날이 점점 더 많아지겠지? 딱히 사후세계를 믿는것은 아니지만, 죽은 후 내 가까운 사람이 그렇게 일상을 되찾아가는것을 보면 참 다행이다 싶을 것 같다. 사람이 죽은 후에도 일상이 채워진다는 말을 보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역시 아직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싱숭생숭, 조금은 부정적인 마음이 들고, 좀 무서운 마음이 든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맞았습니다. 고령자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사망자도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요코하마에서는 해마다 장례산업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본문 178페이지
죽음이 무서운 것과 별개로, 죽음은 언젠가 맞이할 것이다. 운명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한가..? 언젠가는 내가, 내 가족들이 마주할 일이란 뜻이다. 죽음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와 두려움이 생기는건 나도 정말 공감하고 동의한다. 생각하거나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사실 썩 기분 좋은 주제는 아니다. 일단 나부터가 죽음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무서워지고 조금은 불안해지니까. 그래도 맞이할 일에 대한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다고 본다. 이 책을 읽고서는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이것저것 준비해놓자 하는 느낌보다는, 죽음과 그 이후의 삶, 누군가 떠난 후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 좀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대해 터부시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장례 박람회나 엔딩박람회를 우리나라에서 들어본 기억은 조금 희미하다. 생각해보면 마지막을 정리하고 매듭짓는 것도 꼭 필요한 분야고 과정인데, 이런 부분은 조금 더 활성화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들이 산업화, 로봇화, 자동화 되는 이 시점에 장례도 언젠가는 자동화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로봇이 대신해서 마지막 인사를 건낼 수도 있고, 제단이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언젠가 맞이할 죽음과 이별을 가려놓지만 말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간단 리뷰
이 책을 통해 유품정리사 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시는 분이 보시는 죽음과 이별은 내가 여태껏 생각했던 죽음과는 또 달랐다. 떠남 이후 사람들의 생활, 이별을 두고 벌어지는 일들, 죽음 그 자체에 대한 태도 등 유품 정리사의 시선으로 본 생의 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