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 잘 알지도 못 하는 양자역학이니 입자물리학이니 하는 동네에 자주 놀러 다녔다. 특히 그 동네에 사는 뉴트리노 씨와는 매초 수백 조 번이나 만났지만 좀처럼 그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는 물론 그 동네의 다른 주민들도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았다. 기꺼이 초대는 해주었으나 그것으로 다였다. 동네에 발을 들여놓은들 집마다 담장이 너무 높아 도무지 그 안을 들여다 볼 재간이 없었다. 이 동네에 다시는 오나보라고 걸쭉한 가래침을 퉤 뱉고 돌아서려는 순간 자그마한 체구의 주민 하나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다지 신뢰가 가는 행색은 아니었으나 처음 몇 마디의 대화로 잠시 전의 내 태도가 경솔한 것이었음을 이내 깨달았다. 부득부득 높디높은 담장 너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이 작은 체구의 주민은 그리 길지 않은 몇 마디의 말로 그 동네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주었다. 적어도 그와의 만남이 이 동네에 다시 와야할 이유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나처럼 이 동네를 거듭 찾았으나 친구 하나 만들지 못해 난감해 하던 이웃들에게 이 자그마한 체구의 새 친구를 소개해주어야겠다. 아마 욕을 먹어 배부를 일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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