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 절충과 완만의 미학 영국문화 이야기
박종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1. 느낀 점: 영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런던의 짙은 안개와 흐린 날씨,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의 영국인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영국에 대해 아주 일부분만을 알고 있었으면서 너무 성급한 판단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영국인들의 무뚝뚝한 표정 뒤에 가려진 관용정신과 성숙된 시민의식을 알게 되었고,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온 그들의 의회민주주의 정치에 부러움을 갖게 되었다.

특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의식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인 장애인들조차 잘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비문명적인 왕실제도를 고수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반문화적인 요소들을 유연하게 수용할 줄 안다는 점이 영국인들의 강점인 것 같다.

세계재일의 정치선진국이라 불려지는 영국은 상. 하원으로 나뉜 의회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영국은 부패행위방지법과 깨끗한 공천 과정이 잘 정착되어 있으며, 위증죄에 대한 처벌도 무겁다. 그들의 회의는 신랄한 입심이 날카로우면서도 위트가 넘쳐 서커스 같다. 영국에서는 인기성 발언보다는 직언을 하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과 고함소리가 난무해 싸움장을 방불케 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상원은 세습제에 의해 선출되고 있는데,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에 가장 비민주적인 세습제가 남아있는 것은 상원의 지혜와 하원의 정열을 모두 활용하려는 영국식 절충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선거에서의 인기성 발언과 공약난무, 지역감정이 많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본받아야할 점이 영국의 의회제도인 것 같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자국민 우월주의로 인해 부도덕적인 해적질이나 부당한 관세부과와 같은 만행을 저질러 왔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잘 발달해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세습귀족이나 하원의 대부분을 배출해내는 귀족학교를 본다면 영국이 과연 세계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 불릴만한지 의심스럽다. 이렇듯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2.내 생각: 이 책의 저자는 8년 반 동안 영국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외부인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잘 엮어낸 것 같다. 영국을 정치, 교육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두루 소개하여 누가 읽어도 영국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 우리나라를 빗대어 표현하는 부분들이 너무 단정적인 것 같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여러 사람들이 읽는 책에서의 그러한 견해들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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