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도시
리영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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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를 사랑하는 시집", 이렇게 멋지고 친절한 시집이 있을까? 원전으로서 시의 훌륭함 뿐 아니라 번역본으로서 완벽한 시집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첫 목차를 넘기며 만난 소름 돋았던 깜짝선물과 같은 한국 독자를 위한 편지 시부터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했다. 영어 원어를 8번 반복해 읽으며 그 느낌을 읽어내려 노력했고, 번역본으로 넘어갔는데.... 번역본이 그 느낌을 전혀 해하지 않았다는 점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이후 쉼 없이 진행되는 치열하고 고통스럽고 묵직하지만 매우 서정적인 시들을 거치고 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인이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시인과의 대화. 신성함, 에머슨, 엘리엇, 프로스트 등의 향기가 났던 이유를 작가로 부터 듣게 되니 점점 더 그 향의 베이스가 진해진다. 마치 한 편의 토크쇼를 보는 듯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시를 분석해주는 책이라니, 옮긴이 김성훈 교수님의 학문적 깊이와 높은 시에 대한 이해도에 또다른 감흥에 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집은 마지막에 지은이에 대한 소개를 넣어두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통 지나치기 마련인 옮긴이에 대해서도 알려준 것이 고마웠다. 시집을 읽는 내내 이렇게 훌륭하게 번역한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을 독자들을 배려한 점이 이 시집을 더욱 특별하게 한 지점이었다. 무엇보다 시를 도돌이표처럼 계속 읽게하는 시집의 구성이 탁월하다. 처음 한 번은 시를 시로서 읽어보고, 두 번째는 시인과의 대화를 보고 다시 작품을 보게하며, 세 번째는 시의 해설을 보고 다시 앞 장을 뒤적이게 만들며, 네 번째는 지은이 소개를 읽고 작가의 삶과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도록 처음으로 돌아가 시를 읽게하는 마법을 지녔다. 이러한 연유로 "내가 시를 사랑하는 시집"이라고 감히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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