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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3번 시다 ㅣ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이름’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의 ‘3번 시다‘가 된 열세 살 강순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에 등장하는 말따나마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이유로 홀로 상경한 강순. 우리는 그의 시선을 통해 1960년대의 사회상과 그 시절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루에 17시간을 일하며 점심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정전이 발생한 경우뿐인 현실. 시다 위에는 미싱 보조, 미싱 보조 위에는 미싱사, 미상사 위 재단 보조, 재단사, 공장장, 사장……. 책 밖의 독자에게 어린아이인 주인공이 처한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게 보여진다. 그 가혹한 세상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주인공 ‘강순’은 집안에 보탬이 되는 미싱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은, 더욱 독자를 슬프고도 부끄럽게 한다.
어떤 이의 이름을 부른다는 뜻은, 어쩌면 그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겠다는 의미이다.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내 4번 시다였던 ‘김미숙’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정 군이라는 호칭이 전부였던 ‘정일구’의 이름을 불러보았을 때, 3번 미싱사가 3번 언니가 되고 결국 ‘박서운’이 될 때 우리는 묘한 희망을 품게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 유명한 시구처럼, 근로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노동교실의 풍경으로 책은 끝이 난다.
책은 언뜻 보기에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동화책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소상하게 그 시절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먼 과거에 대한 역사적 지식보다, 오히려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요즘이다. 딱딱한 텍스트로만 시대의 단면을 보아왔을 아이들에게 강순의 고단했던 계절을 함께 다녀오라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