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4만원
옥상달빛 지음, 조원희 그림 / 그린북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고 염소 4만원에 관련된 이야기와 노래를 아이들과 나눴습니다. 그 뒤로 덩치 큰 고학년 아이들이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 '몰라, 몰라~' 노래를 부르며 교실을 돌아다니고는 합니다. 깜찍하고 발랄한 멜로디의 노래 덕분에 아이들이 훨씬 친근감있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환경', '봉사', '나눔'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때때로 아이들이 표면적인 감정에만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부터 환경은 보호해야 하고, 물은 아껴써야 하며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오히려 진심으로 그러한 주제에 다가가는 마음은 닫혀버린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글쓰기를 시킨다면, 대부분 환경을 보호하자! 라는 첫 줄을 쓰고 막혀버립니다.


이 책의 조금은 다른 포인트가 있다면,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며 환경에 대한 다짐을 하는 대신 발랄하게 '염소 4만원'을 노래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대신 염소를 받아 행복하게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물론 그러한 교육 또한 의미있는 시간이지만, 일시적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컨텐츠 외에 즐겁게 나눔에 대해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스토리 또한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함께 노래하고 읽을 수 있어 즐거웠던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3번 시다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이름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의 ‘3번 시다가 된 열세 살 강순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에 등장하는 말따나마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이유로 홀로 상경한 강순. 우리는 그의 시선을 통해 1960년대의 사회상과 그 시절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루에 17시간을 일하며 점심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정전이 발생한 경우뿐인 현실. 시다 위에는 미싱 보조, 미싱 보조 위에는 미싱사, 미상사 위 재단 보조, 재단사, 공장장, 사장……. 책 밖의 독자에게 어린아이인 주인공이 처한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게 보여진다. 그 가혹한 세상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주인공 강순은 집안에 보탬이 되는 미싱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은, 더욱 독자를 슬프고도 부끄럽게 한다.

 

어떤 이의 이름을 부른다는 뜻은, 어쩌면 그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겠다는 의미이다.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내 4번 시다였던 김미숙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정 군이라는 호칭이 전부였던 정일구의 이름을 불러보았을 때, 3번 미싱사가 3번 언니가 되고 결국 박서운이 될 때 우리는 묘한 희망을 품게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 유명한 시구처럼, 근로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노동교실의 풍경으로 책은 끝이 난다.

 

책은 언뜻 보기에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동화책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소상하게 그 시절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먼 과거에 대한 역사적 지식보다, 오히려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요즘이다. 딱딱한 텍스트로만 시대의 단면을 보아왔을 아이들에게 강순의 고단했던 계절을 함께 다녀오라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