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문재인 -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문재인의 아름다운 발걸음 고군 만평 시리즈
고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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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관계 없이 성인이 된 내가 지난 십 수 년간 살아내야 했던 한국 사회에서 역시나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나고 자란 고향 대구는 얼마간 조롱의 대상이었다. 대학 때까지만 해도 대구 출신이라면 "어머, 대구 아가씨라고? 그래, 대구 여자들이 그렇게 미인이람서? 사과를 많이 먹어서 이쁘나?"라는 말을 흐뭇하게 듣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너도 1번 뽑았냐?"라는 농반진반의 비아냥 뒤섞인 말을 들어야 했다. 아니라고한들 더 구차해지는, 더구나 상대는 대답을 들으려하지도 않는 그런...

그래, 정치는 개뿔 그거 다 먹고 살 만한 놈들이 제 밥그릇 더 챙기려고 이전투구 놀음하는 거 아니겠어? 내가 뭐 신난다고 넘의 장단에 춤을 출까! 무기력과 무관심으로 귀결되었던 시간은 꽤 길었다. 얼결에 어른들과 나랏일 이야기에 휩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고구마 100개. 정치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맹목적인 지지에 말문을 닫게 되는 일이 숱하게 있었다. 때문에 왼쪽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른쪽에 거부감 을 가지게 됐다면, 이것도 이상하긴 매한가지. 반항심이 키운 균형감이라니 좀 서글픈가?

지난 1년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안 될까 봐 걱정이 되서 잠 못 이루었을 만큼 그네바라기였던 우리 작은 이모도 "아이고, 미친년, 진짜 제대로 돌았구만"이라고 말하고, "문재인이가 대통령 되면 북한에 다 퍼준단다" 하던 엄마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퇴진' 종이를 들고 시위 행렬 속에 들어가는가 하면 뉴스를 보며 "문재인이가 잘 할 거 같대이"라고 한다. 그럼 난 "아이고~ 아지매요, 언젠 뭐 다 북한놈들이라 카디만"이라고 엄마를 놀려먹는다

여전히 정치에 문외한 이고, 문재인 대통령 덕질과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 때가 때이니 만큼 이제 이 정치판에 대해서도 알아야 쓰겄는데... 이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뭘 알아야 하는 건지... 더 솔직하게는... 아, 이제 빼박으로 정치 상식과 현대사 흐름까지 교양으로 탑재해야'만' 하는 세상이 됐다 싶어 상당한 피로를 느꼈다. 그래서 시끌벅적하던 뉴스가 좀 잠잠해지고 나서는 저만치 좀 밀어두고 있던 차에 고군 작가의 시사카툰 만평 일러스트를 보게 됐다

재밌었다. 이렇다 할 텍스트 없이 한 컷 그림으로 표현한 그의 풍자는 인상적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댓글들을 읽고, 기사를 찾아가며 '아, 이래서 그랬구나' 알게 된 것들이 꽤 있다. 이제 조금씩 '알아갈'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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