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랑 50가지 그림 대화 - 매일 똑같은 것만 묻고 답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책, 쓰고 그리고 평생 간직하는 마음토크북 엄마랑 나랑 대화 시리즈 1
레이시 머클로우 지음, 베서니 로버트슨 그림, 공은주 옮김 / 명랑한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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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 스스로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잘 보이듯 아이에게도 그랬다. 아이의 단점이 보일 때마다 당장 큰 일이라도 생길 듯 화를 냈다. 그때마다 아이는 슬픈 눈으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제서야 아차 싶은 나는 아이의 눈물을 닦는다. 나를 향했어야 할 화가 죄 없는 이 아이에게로 향했다. 다시 쳇바퀴 돌듯 자책과 후회가 뒤따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TV로 선심을 써보지만 그렇다고 이미 생긴 상처가 가벼울리 없다. 이제 머리가 커서 자기만의 생각이 생긴 아이는 나의 화를 자신의 화로 응수한다. 그렇게 맞이한 아이의 77춘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엄마랑 나랑 50가지 그림대화>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너무나도 마음이 이끌렸다. “매일 똑같은 것만 묻고 답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책이라는 표제 문구가 마음에 확 와 닿았다. 대부분의 엄마가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에게 묻는 질문은 뻔하다. “유치원은 재밌었니? 오늘은 누구랑 놀았니?” 그런 뻔한 질문에 단답형 대답을 듣고 나면 곧바로 아이와의 나머지 대화가 궁해진다. 특히, 유치원 생활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전에 들어가는말”, “주의할 점을 천천히 정독하길 권한다. 이 책의 그림은 어디가지나 수단일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이와의 대화, 아이의 속마음이다. “마음토크북이라는 이름이 이 책에 썩 잘 어울리는 이유다. 차례를 보면 소중한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부터 시작해 나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주제들과 오늘, 내일, 그리고 마음속 상상의 나래까지 펼치는 순서로 진행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마음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

 

 

 

맨 첫장에 아이와 나의 이름을 쓰는 것으로 이 책의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아이가 고른 페이지는 우리가 언제 왜 화가 나는가가 주제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던 아이를 위해 내가 먼저 연필을 들었다. 마음가는대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나도 내 마음의 화를 가만히 쳐다보게 된다. 아이보다는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 내 마음도 다 설명하지 못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밖에 없다. 나를 한참 보던 아이도 곧 자기의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말한다. 친구들이 놀리거나 나쁜 말을 할 때 화가 난다고 했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다그치거나 숙제하라고 소리칠 때 또 화가 난다고 했다. 그동안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던 이야기들이 술술 나온다. ‘메롱이라고 놀리는 친구는 누구인지, 그럴 때 아이는 어떻게 했는지, 엄마가 먹기 싫은 밥을 먹으라고 할 때 얼마나 화가 났는지 띄엄띄엄 풀어놓는 아이 앞에서 나는 안도를 내쉬었다.


처음이 어렵지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게 되면 아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데 나보다 더 거침이 없다. 그림은 확실히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천천히 가야 하는 과정이지만 이 책의 여정이 모두 끝나는 순간, 아이와 나는 한뼘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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