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당과 창가학회 -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의 내막
나카노 준 지음, 권병덕 옮김 / 어문학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일본의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용도로도 좋고, 한국의 정당과 일본의 정당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용도로도 좋다. 하다못해(?) 흥미로운 일본 정치의 뒷얘기를 알아보기 위한 용도로도 좋다. (몇몇 대목은 한국 시사주간지의 정치기사를 읽는 느낌이 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인상을 받은 대목은 정치인으로서의 아베 신조가 지니고 있는 소명의식에 대한 것이었다. 아베는 일본의 평화헌법개정에 대한 강렬한 소명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 소명의식은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대를 이어 내려져왔다. (252쪽) 물론 그 소명의식은 한국의 입장과 충돌하며, 심지어는 미국의 입장과도 충돌하기도 한다. 미국 오바마 정권이 아베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건 일(201~202쪽)은 사실 내정간섭이다. 하지만 이 내정간섭이 없었다면 한일관계는 2020년 4월 현재의 상황보다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베의 소명의식은 일본 시민사회와도 충돌한다.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평화헌법개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 당장 자유민주당의 파트너이며 이 책의 주인공인 공명당조차도 평화헌법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인 선입견과 달리, “위안부 제도는 필요했다”고 발언한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하기도 한다. (211쪽) 


다시 말해 (일본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일본의 정치를 단선적이나 이분법으로 이해하려 들면 오히려 진실 파악에 그만큼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은 야욕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만큼의 소명의식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전하며, 한국이 성급하게 일본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일본의 건강한 시민세력은 오히려 일본 내에서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해 왔지만, 일본이 정도 이상의 행보를 걸어서 동아시아의 안정을 깨뜨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이 즉자적이고 감정적인 반일운동에 나서는 것보다 일본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배경지식을 갖추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