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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연변 출신의 초점화자가 서울에서 연변에 계신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경어체를 통해, ‘나’는 서울 생활에 대해 정돈된 어투로 근황을 전하는 셈이다. ‘나’에게 서울 생활은 ‘마늘 기름과 해물을 넣은 매운 볶음면’이 ‘스파이시 씨푸드 알리오 올리오’로 깔끔하게 발음되어야 하는 세계이다. 그것은 중국어에서 한국어를 경유하여 영어에 적응해야 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과 한국, 그리고 미국이라는 글로벌한 세계의 낯선 감각을 익혀야 하는 당위로 남겨진다. 그러나, ‘나’는 서울에 살게 되면서 연변이라는 지역과 역사로 인식되거나 혹은 중국이나, 티벳 문제와 같은 국제적 이슈로 설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것은 주체성, 비판적 사고방식, 정체성과 같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이에 ‘나’는 서울에 사는 그들과 ‘나’의 차이에 항변한다.
고조할아버지가 만주에 건너갔으면 조선족, 러시아에 끌려갔으면 고려인, 일본에 강제징용당했으면 일본 교포, 남쪽에 남았으면 한국인, 북쪽에 갔다오면 새터민 아닙니까(248쪽)
사회주의자가 아니지만 당원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나’는 안녕한 서울 정착기를 전하면서 여전히 서울의 타자로 남겨진 존재를 긍정하려 한다. 그것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글로벌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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