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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괴로움 - 하이데거, 니체, 그리고 초기 불교의 4성제 인문정신의 탐구 26
권순홍 지음 / 길(도서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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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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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괴로움 - 하이데거, 니체, 그리고 초기 불교의 4성제 인문정신의 탐구 26
권순홍 지음 / 길(도서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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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과 괴로움을 다루는 철학책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다 읽었다. 몇몇 전문적인 하이데거 용어 등이 불편해도, 읽기에는 어렵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불안과 괴로움을 심리학적으로, 정신의학적으로 다루지 않고 존재론적으로, 불교철학적으로 다룬다. 하이데거가 볼 때, 현존재(인간)가 이 세계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현사실이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현존재에게 존재의 원인이나 목적은 없다(피투성). 하이데거가 그렇게 보는 것은 삶에 원인과 목적이 없다고 말하는 니체의 도덕적 허무주의의 연장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존재의 존재와 인간의 삶에 원인과 목적이 없다는 하이데거와 니체의 주장을 초기불교의 4성제에 따라 비판한다. 현존재가 본래적 실존과 비본래적 실존 모두에서 불안을 당하는 것은 존재의 원인과 목적이 없기 때문이고, 인간이 늘 더 많은 힘을 향해서 힘겹게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은 삶의 원인과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존재에게 불안의 힘을 이용해 죽음으로 선구할 것을 말한다. 니체는 자기상승을 꾀하는 초인에게 괴로움을 삶의 자극제로 삼아 항상 더 높이 올라갈 것을 말한다. 내가 생각할 때, 하이데거의 말대로 산다면 인간은 우울증에 걸릴 것이고 니체의 말대로 산다면 인간은 과로사할 것이다.

 그래서 4성제를 삶의 진리로 보면서 불안과 같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갈애의 원인(집성제)8정도를 통해 제거해서(도성제) 괴로움(고성제)에서 벗어난 열반(멸성제)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견해가 옳다.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하고 갑질을 일삼는 우리 사회에서 불안하지 않고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열반까지는 못 가도 윤리적 삶을 통해 불안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하나둘 제거해 괴로운 삶을 평온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현실에 딱 맞는 책이다. 탈출하지 못하고 항상 불안에 빠져 사는 삶도, 내려가서는 안 되고 경쟁을 통해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 삶도 다 피곤하다. 우리와 같은 피로 사회에서 불안에 지치고 경쟁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것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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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사회존재론 철학의 정원 47
하피터 지음 / 그린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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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하피터는 미국 롱비치 주립대학교와 벨기에 루벤대학교에서 하이데거를 전공한 철학자이다. 국내에 정착한 후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로 체육철학과 현상학을 가르쳐왔다. 이 책의 서두에서 글쓴이는 하이데거의 존재사유의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지난 한 세기 동안 내로라하는 철학자가 닦아놓은 등산로를 일일이 소개한다. 예컨대 사르트르가 닦은 실존주의의 길, 데리다 등이 닦은 반주체주의 또는 해체주의의 길, 메를로-퐁티가 닦은 현상학의 길, 하이데거의 충실한 제자인 헤르만이 닦은 존재의 길, 가다머가 닦은 해석학의 길 등 여러 등산로를 소개한다. 눈에 띄는 것은 글쓴이가 국내 연구자의 하이데거 등정 방법도 등산로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김형효, 권순홍, 박찬국, 김종욱, 김진 등이 닦은 불교철학적 등산로가 그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글쓴이가  난해하기로 이름난 하이데거의 존재사유, 무엇보다 <존재와 시간>의 기초존재론을 기존 등산로에서보다 더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등산로를 묵묵히 개척해왔음을 알 수 있다. 사회존재론의 길이 그것이다. 이 두툼한 책에서 글쓴이는 스스로 개척한 사회존재론적 등산로를 밟아서 어떻게 하이데거의 존재사유의 꼭대기에 올랐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사유를 향한 사회존재론적 등산로가 어떤 길인지를 밝히기 위해서 글쓴이는 데카르트,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후설, 셸러, 딜타이, 짐멜, 가세트, 레비나스, 들뢰즈. 헤라클레이토스 등등 여러 철학자의 철학사상을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풀이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 하이데거에 대한 표준적 해석에 익숙한 사람을 놀라게 하는 하이데거에 대한 사회존재론적 해석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구에 대한 실천적 교섭과 실천적 노동을 통해 전(前)-의식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세계에서 그렇게 사회적 존재양태로 실존하는 사회적 세계-내-존재, 익명의 그들 사이로 흩어진 채 사회역사적 전통에서 뿌리가 뽑힌 비본래적 자기, 민족과 같은 공동세계의 지평에서 단일한 의지로 결속된 사회역사적 공동체의 단일체로 존재하는 본래적 자기, 민족 공동체에서 습속적 자기로 존재하는 본래적 현존재의, 자의와 구별되는 정황적 자유, 인간의 자연적 충동에 앞서는 현존재의 근원적 염려, 인간을 자연적 흙의 자연적 세계에서 존재하는 한낱 자연적 존재자로 보는, 곧 이성을 지닌 동물적 인간(homo animalis)으로 보는 전통적 인간 개념, 경작된 토지의 사회적 세계에서 사회적 존재자로 거주하는 인간적 인간(homo humanus), 곧 대지적 인간 개념 등등에 대한 풀이와 해명은 여태까지 하이데거에 대한 표준적 해석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놀라운 통찰들이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새로운 해석의 맛을 선사하는 하이데거에 대한 탁월한 사회존재론적 해석들과 거기에 담긴 철학적 통찰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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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케네스 W. 포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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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려운 양자물리학을 이렇게 쉽게 풀이한 책이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이다. 물리교육자로서 케네스 포드가 갖춘 성실함, 친절함, 탁월함이 이 책에서 잘 드러난다. 거시세계의 질서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납득하기 힘든 양자물리학의 미시적 질서를 더욱더 깊이 알고자 한다면, 같은 저자의 저서인 <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렇게 어려운 양자물리학을 이렇게 쉽게 풀이한 이 책을 이렇게 깔끔하게 우리말로 옮긴 역자 김명남의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번역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면, 양서가 악서가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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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식론 연구 - 다르마끼르띠의 『쁘라마나바릇띠까』 「현량론」(現量論)
도사키 히로마사 지음, 박인성 옮김 / 길(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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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마끼르띠는 우리 불교학계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7세기 경의 출중한 불교논리학 논사이다. 최근에 국내 학자가 다르마끼르띠의 불교논리학을 다룬 책도 출간하고 일본 연구자들의 책도 번역되면서 새롭게 불교학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문장이 깔끔하지 않아서 읽기가 불편한 번역책도 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일단 다르마끼르띠 연구에 관한 한, 일본 불교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도사키 히로마사의 저서를 번역한 책이다. 옮긴이가 나가르주나의 <중론>의 산스끄리뜨본, 티베트본, 한역본을 모두 우리말로 옮겨서 <중론 : 산스끄리뜨본, 티베트본, 한역본>으로 출간한 동국대 불교학과 박인성 교수라는 것도 믿음이 간다. 옮긴이가 산스끄리뜨어, 티베트어, 일본어, 한문에 능통하지 못했다면, 이 책이 우리말로 탄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읽고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도록 문장을 잘 다듬어서 가독성을 높인 것도 이 책의 좋은 점이다.

 

  내용면에서 볼 때, 이 책은 다르마끼르띠의 <쁘라마나바릇띠까> <현량장>을 여러 주석자들의 주석을 참조해서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다. <쁘라마나바릇띠까>의 게송만을 보면, 다르마끼르띠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 수 없다. 저자인 도사키 히로마사는 게송의 秘義를 다르마끼르띠에게 영향을 준 경량부, 유식불교 등과 관련해서 친절하게 풀이하고 있다. 두껍기는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가면 바른 인식수단으로 現量比量을 제시하는 다르마끼르띠의 불교논리학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다르마끼르띠의 <니야야빈두>와 그 논서에 대한 다르못따라의 주석서인 <니야야빈두띠까>이다. 이 두 작품의 산스끄리뜨어 원본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 <니야야 빈두/니야야빈두띠까>(경서원, 2000)이다. 다르마끼르띠의 <쁘라마나바릇띠까> <현량장>을 풀이한 <불교인식론 연구>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 다르마끼르띠의 불교인식론, 불교논리학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옮긴이는 역시 박인성 교수이다. <니야야빈두>에 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다르마끼르띠의 게송을 다르못따라가 상세히 주석한 주석서가 <니야야빈두띠까>이다. 이 두 작품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믿고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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