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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평점 :
여기 당신을 위한 안락의자가 있습니다. 탐정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30대 중반의 젊은 여성과 그 어린 아들이 별장에서 추락사했습니다. 목격자인 남편은 용의자로 체포되었습니다. 옆집에는 남편의 친구가 아내와 같이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죽은 피해자들과 용의자, 그리고 관계자와 이웃의 증언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거짓말쟁이는 누구일까요?
이번 신간 《패자의 고백》은 미키 아키코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무척 반가울, 작가의 데뷔작 《귀축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인터뷰 구성으로 쓰여 있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자신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 본인의 고발을 포함해 사건 관계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중요한 점을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의 탐정인 무츠기 레이 변호사는 독자에게 아무런 힌트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탐정 캐릭터의 과거, 소양, 직감 등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작가와 직접 추리 대결을 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무츠기 레이 변호사가 진상을 공개하기 전에 '귀축의 얼굴'을 찾으실 수 있을까요?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정제된 문체, 그렇지만 겹치지 않고 실제 제각기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매력적입니다. 또한 단일 사건을 기준으로 인물들의 과거를 거슬러 돌이켜보게 되면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작가는 그 점을 서술 방식으로 영리하게 돌파했습니다. 예전 작품에서 보인 기법과 오마주가 등장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미키 아키코의 오랜 독자도, 처음 미키 아키코라는 작가를 알게 된 독자도 모두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주장과 반박, 그리고 사건 발생 시점에서 거슬러 올라가며 속속들이 등장하는 정황 등에 정신을 놓고 읽다 보면, 작품은 독자에게 한 가지 의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지극히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이 소설을 읽는 여러분의 추리 여행이 저처럼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귀중한 신간을 보내주신 블루홀식스의 마케터 소금 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