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담은 길 | 서평
내가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그 길의 시작은 이 책이었다고 말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굳이 800km나 되는 힘든 길을 걸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등산도, 자전거도 힘들어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언젠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구나.'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나에게는 함께 걸을 사람이 있다.
다만 육아라는 가장 큰 산과 현실의 일터를 잠시 내려놓을 용기만 있다면.
이 책은 순례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나도 언젠가 만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동시에 '나는 무엇을 위해 떠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었고, 어느새 그 길 위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나는 뛰기 시작했다.'였다.
그 한 문장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오래도록 미소가 지어졌다.
박영민님의 투박한 편지는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의 글이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 졌다.
어릴 적 한 번쯤 꿈꾸었던 여행작가라는 꿈도 오랜만에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분들께 작은 팁이 있다면, 맥주 한 캔을 준비하시길. 책을 덮는 순간, 길 끝에서 마시는 그 시원한 맥주가 얼마나 특별할지 함께 상상하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과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에 지친 눈과 마음에, 이 책은 잠시 속도를 늦추라고 말해주는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