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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에도가와 린포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여 기대를 많이 하였다. 더구나 여성들의 통쾌한 복수극을 줄거리를 삼고 있어서 책이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그리고 우리보다 더욱 더 보수적인 일본이 배경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한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했으며, 거짓에 속은 여성들이 모여 벌인 범죄와 복수극은 너무나 허술하고, 여전히 남성을 희망이라고 품고 살던 시대의 여성들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조차...).
추리 소설이기때문에 리뷰에 많은 것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마지막 그곳을 다시 찾아간 여성의 선택, 며느리를 가정부처럼 부리는 시어머니가 바라던 그것을 결국 얻게 한 점, 경찰의 추적에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범죄자의 행각 등에서 그녀들의 범죄는 안타깝게도, 조금은 바보스럽게 느껴질 만큼 결론이 지어지고 만다.
저자의 기획의도는 결혼한 여성을 향한 고압적인 태도, 사회의 요구에 위축된 여성들,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출판사 소개글에 의하면...) 하는 면에서 시작한 듯 보이지만 결론은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고발하지 못한 내용이다.
추리소설이라는 측면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보였는데, 세 사람이 모이게 된 계기, 방법 등이 무척 궁금했지만, 어쩌다보니 만나게 됐다는 서술에 김이 빠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재미라고 하면, 범인이 드러나며 깨닫게 되는 반전과 여성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우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도리'라는 여성의 매력은 상실과 획득을 동시에 겪은 인생의 아이러니에서 완성되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여성의 캐릭터와 배경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저자가 만들어 놓은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순식간에 훌쩍가버릴 만큼 책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하룻밤 꿈처럼 그녀들의 범죄는 헛헛함을 깊이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