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5
전상국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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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기 힘들어 하는 문학은 시, 소설, 수필이다. 내가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가 문득 머무는 데가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알지 못해서다.

왜 그들은 문을 닫고 나갔을까? 왜 그는 그런 말을 했을까? 왜 이일을 왜 했지?

내가 생각하고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접하게 되면 난 거기에 멈춘다. 눈을 감고 추리를 해본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그 안으로 나를 밀어 넣어 본다. 이렇게 해서 이해가 되면 그 다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는 정말 당황 스럽다.

 

이번 우상의 눈물이 그러하다.

우상의 눈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담임과 형우가 왜 그랬는지, 기표는 왜 갑자기 고개를 숙였는지 이해하는데 머리털이 빠지는 큰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해는 했냐고? 흠... 다른 선생님의 해설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우상의 눈물에는 두 종류의 권력자가 있고 그들의 관계를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독자들이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알 수 있도록 나래이션이 있다. 

 

권력자 중 한 명인 기표는 힘을 앞세워 학내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이다. 집이 가난하여 친구들로부터 돈을 갈취하여 생활비를 충당한다.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을 뺏어 먹기도 하고 체육복도 뺏기도 하며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또한 기표는 반장으로 선출된 학생들을 린치를 가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권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 그의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기보다 선천적인 어떤 포악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p18)

◌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중학교 때부터 가표를 알고 지내 온 아이들은 기표가 그처럼 철저하게 나쁜 애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애라고 말하는 일도 없었지만 아무도 기표를 욕하지 않았다. 피해를 직접 받은 애들마저도 기표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p18)

    

 

재수파라는 기표를 따르는 폭력모임이 있어 기표의 행동대원을 자처한다.

기표의 반대 권력자는 담임선생과 반장 형우이다. 기표는 인정받지 못한 불법 권력자인 반면 담임선생과 형우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권력자이다. 담임선생은 자신의 반을 자율로 아이들을 감시, 통솔하는 권위주의자이다. 형우는 담임선생으로부터 기표를 인계받은 행동대원으로 기표를 옭아 메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계산적이며 치밀한 학생이다.

 

◌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냐?“

 “아니다. 담임선생님이 기표를 나에게 일임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기표를 구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겠지, 형우야, 넌 지금 네가 기표를 구원했다고 보니?”

 “아직 완전히는 .... 그러나 머지않았다.”

나는 웃어주었다.

“기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형우, 네가 구원해 주고 있다고 말이야.”

 “그것은 기표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무슨 뜻이냐?”

 “우리가 무서워했던 건 기표가 아니라 기표를 둘러싸고 있는 재수파들이었다.”(p33,34)

 

 

형우는 기표를 싫어하지만 반장으로 반 화합에 힘쓰고 있는 것처럼 기표에게 잘 해준다. 어느 날 형우는 기표의 낙제를 막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부정행위를 시도한다. 하지만 기표를 이를 거부하고 시험이 끝난 후 형우에게 무차별 린치를 가한다. 이 사건은 형우가 응급실로 들어가며 학교에 알려졌으며 형우는 끝까지 범인을 말하지 않고 마무리 짓게 된다. 하지만 기표의 행동이란 사실은 학교에 퍼졌으며 증인 역시 있었다. 형우의 행동은 다른 선생과 학생들에게 영웅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며 재수파들은 형우에게 용서를 빈다.

형우와 담임의 행동은 분명 위선이지만 기표를 끌어안기 위한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이후 기표는 학교에서 조용히 지낸다. 담인선생 심부름도 하며 린치를 가하지도 않느다. 또한 재수파와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러다 형우와 담임선생은 반 아이들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기표의 그동안 행위는 가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를 이해해주길 바라며 그에게 돈을 모아 생활비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 이야기는 신문기사화 되었으며 어떤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기표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이 상황을 동생에게 ‘무섭다’란 편지를 남긴 채 도망을 간다.

형우와 담임은 기표를 옭아 메기 위해 부정행위 계획을 세웠으며 기표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철저히 그를 가난 때문에 사고를 친 불쌍한 아이로 만들었다. 그동안 누렸던 권위와 아이들의 두려운 존재는 사라졌다.

형우와 담임은 사람들이 기표를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 조롱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친구들로부터 생활비를 얻었으며 기사로도 내보냈다.

 

분명 형우와 담임의 행동만을 봤을 때는 선행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숨겨진 내용을 보면 이는 기표에게는 정서적 폭력을 가하는 방법이다.

합법적 폭력은 폭력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보이는 이면은 분명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며 폭력이라고 생각되는 그 시점에는 돌이킬 수 없이 상황이 되어버린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상의 눈물은 책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힘 하나를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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