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학이다
장석주 지음 / 나무이야기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국현대문학 100년에 바치는 장석주의 뜨거운 오마주!

1900년에서 2000년까지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문인 111명에 대한 작가론을 모은 이 책은 애초에 ‘인물로 보는 한국 문학사’라는 제목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한국문학의 성좌라 불릴 만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연대별․개인별로 정리․분석하고 비평했다. 작가(장석주)는 춘원 이광수부터 김동인, 김소월, 염상섭, 서정주, 황순원, 김춘수, 김수영, 김승옥, 김현, 고은, 황석영, 박완서 등을 거쳐 공지영, 김훈, 신경숙, 배수아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문인 111명의 2,000여 작품과 삶의 흔적을 약 4년여에 걸쳐 땀과 열정으로 일구었다. 여기 실린 작가들은 모두 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문학사적으로도 크게 인정받는 작가들이다. <나는 문학이다>라는 제목은 그들이 우리 문학사에서 이룬 업적을 기리고 그런 자부심을 표현한 제목같다. 그리고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전문가들을 위한 연구서라기보다 고등학교 졸업 정도의 교양 수준만 있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 아쉬운 건 분량의 한계로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작가들이 많이 빠졌는데 이것은 <나는 문학이다2>에서 다시 채울 예정이라 한다.

“고전이란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오래된 것이라고 다 고전은 아니다. 우리의 정서와 심성의 전형성이 잘 드러나고, 그 형식은 새로워야 한다. 당대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살아남아 통해야 한다. 언제 읽더라도 현재적 의미를 길어낼 수 있는 심미적 텍스트여야 한다. 무수한 작품이 시간의 파괴력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한다.” 이렇게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딘 2,000여 작품들이 이 책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에서, 삶의 원초적인 모습을 토속 언어로 담아냈다고 하는 김유정의『봄봄』과『동백꽃』그리고 신경숙의『풍금이 있던 자리』김훈의『칼의 노래』공지영의『인간에 대한 예의』배수아의『당나귀들』까지 읽어 내려가면 어느새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된다. 이 책은 수많은 ‘문학키드’의 탄생을 바라며 쉽고 재미있게 문학을 이해하고, 작가를 탐미하고 비평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학의 굴레에 빠진 비평서로는 다양한 ‘문학키드’의 출현을 바라기는 어렵다. <나는 문학이다>는 그 이름 자체로 문학의 대표성을 띤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주옥같은 작품의 숲을 거닐며 문학을 꿈꾸고, 문학을 얘기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100년 한국현대문학사를 10~20년 단위로 연대별로 분류해 차례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문학의 위대한 성좌들인 111명의 개성 강한 작가를 한 명씩 읽다 보면 인생이 바로 문학이고 작품 하나하나는 삶의 고통이 승화한 피 끓는 절창임을 알 수 있다. 문학은 삶을 사랑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힘을 길러준다. 그래서 문학은 그 자체로 교양이다. <나는 문학이다>는 문학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힘주어 따로 말하지 않지만 111명의 작품과 삶이 날것으로 증명하는 대답은 ‘문학은 인생이다’이다. 여기 한국문학의 성좌 111명 그들의 인생과 고통의 흔적을 통해 우리는 문학과 인생을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천히가 좋아요 -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쓰지 신이치 지음, 이문수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고 언론은 연일 뜨겁게 이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이는 현상에만 치중하고 있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돌아보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1995년 7월 씨프린스호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이 사건은 정부의 늑장 대처와 지휘체계 혼선을 탓하고 누구 탓이냐를 가리는 것보다,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여태껏 지구 곳곳에서 종종 벌어지던 사건으로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소식이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 어디에선가 이번 같은 아니 이번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재앙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매번 그때만 놀라 호들갑을 떨 뿐 우리는 생활방식을 전혀 바꾸려 하질 않는다. 쓰지 신이치의 <천천히가 좋아요>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피해자가 아니고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깨닫게 한다. 현대인들은 온갖 문명의 편리한 테크놀로지가 주는 ‘편리함’에 흠뻑 빠져 마치 “편리함이 곧 편안함”인 줄 알고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런 반성 없이 “훔볼트의 마법”에 빠져 산다면 언젠가 ‘즐거움’보다는 ‘불편함’ 과 ‘재앙’을 맞이할 것이란 사실도 경고한다. 그렇게 길든 생활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slowdown"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에서는 ‘회색신사’의 꼬임에 빠져 속도경쟁에 몰두하며 “빠르게”만을 외치다가는 결국 “시간의 노예”로 전락할 것임도 경고한다. 또 우리가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경제”라는 초법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의 난폭함을 수수방관한다면 아무도 행복할 수 없음도 알려준다.
또,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경제 성장에 방해된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작가는 말한다. 나무늘보의 철학을 배우자고. 뺄셈의 미학을 배우자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그리고 ‘불편한 즐거움’에 빠져보자고.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지구환경 정상회의’에서 캐나다 소녀 세 번의 6분간의 연설도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실천을 함께할 것을 독려한다. 또, 연간 소득이 1,200$밖에 안 되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GNP보다 ‘GNH’라는 인간의‘행복(happy)’을 추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102위라고 한다. 가볍지만 이 책 <천천히가 좋아요>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절박한 현실의 사건들이 대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