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가 좋아요 -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쓰지 신이치 지음, 이문수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고 언론은 연일 뜨겁게 이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이는 현상에만 치중하고 있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돌아보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1995년 7월 씨프린스호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이 사건은 정부의 늑장 대처와 지휘체계 혼선을 탓하고 누구 탓이냐를 가리는 것보다,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여태껏 지구 곳곳에서 종종 벌어지던 사건으로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소식이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 어디에선가 이번 같은 아니 이번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재앙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매번 그때만 놀라 호들갑을 떨 뿐 우리는 생활방식을 전혀 바꾸려 하질 않는다. 쓰지 신이치의 <천천히가 좋아요>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피해자가 아니고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깨닫게 한다. 현대인들은 온갖 문명의 편리한 테크놀로지가 주는 ‘편리함’에 흠뻑 빠져 마치 “편리함이 곧 편안함”인 줄 알고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런 반성 없이 “훔볼트의 마법”에 빠져 산다면 언젠가 ‘즐거움’보다는 ‘불편함’ 과 ‘재앙’을 맞이할 것이란 사실도 경고한다. 그렇게 길든 생활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slowdown"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에서는 ‘회색신사’의 꼬임에 빠져 속도경쟁에 몰두하며 “빠르게”만을 외치다가는 결국 “시간의 노예”로 전락할 것임도 경고한다. 또 우리가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경제”라는 초법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의 난폭함을 수수방관한다면 아무도 행복할 수 없음도 알려준다.
또,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경제 성장에 방해된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작가는 말한다. 나무늘보의 철학을 배우자고. 뺄셈의 미학을 배우자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그리고 ‘불편한 즐거움’에 빠져보자고.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지구환경 정상회의’에서 캐나다 소녀 세 번의 6분간의 연설도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실천을 함께할 것을 독려한다. 또, 연간 소득이 1,200$밖에 안 되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GNP보다 ‘GNH’라는 인간의‘행복(happy)’을 추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102위라고 한다. 가볍지만 이 책 <천천히가 좋아요>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절박한 현실의 사건들이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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