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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제목부터 묘하다. 바깥은 여름이지만, 그 안의 인물들은 여름처럼 뜨겁지 않다. 오히려 서늘하거나 얼어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 책 속 ‘바깥’은 단순한 외부가 아니라, 나서지 못하거나 이미 밀려난 세계를 의미한다. ‘여름’은 뜨겁지만 순식간에 사라지는 계절이다. 두 단어가 만나면서 이야기마다 묘한 온도 차가 생긴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한 사람, 무너진 삶을 붙잡으려 애쓰는 사람들. 김애란은 그 상실을 요란하게 그리지 않는다. 대신 작은 움직임, 짧은 대사, 침묵 속에서 비극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조용한 먹먹함이 남는다.
『바깥은 여름』은 눈물을 강제로 이끌어내는 책이 아니다. 가만히 곁에 앉아 마음속 깊은 곳을 눌러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언젠가 바깥에 서서 지나간 여름을 오래 바라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