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 영어 앞에서 당당한 아이를 만드는 새벽달의
새벽달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두 가지 외국어를 할 줄 알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으며 우려가 되었다. 

작가는 너무 영어 자체에만 치중하여 많은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엄마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나는 작가의 의견과 방식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시행하느라 마음에 조급함을 조금이라도 가질 엄마들에게 작가의 방식의 허점을 알리고, 영어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필요없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부작용을 격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리뷰를 쓴다. 



첫째, 이 책은 영아기를 영어 습득의 최적기라고 하며 그 때부터 영어에 적극적으로 노출시켜줄 것을 강조한다. 거기에는 영아기의 정서, 발달 특징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는 참 위험한 짓이다. 모국어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영아기에 이런 발달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노암 촘스키의 언어습득장치 이론을 거론하며 영아기의 적극적 외국어 노출을 주장한다. 아이는 이 시기에 언어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태도는 지나치게 영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2개월 무렵이면 아기는 모국어를 인지하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학자들은 모국어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영어에 치중하게 되면 잘못하면 언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영어 조기교육을 (당연히) 주장하는 영어유치원 원장들과 이 책의 작가가 거론한 촘스키의 이론을 조금 더  짚어보겠다. 

촘스키는 인간에게는 생득적으로 언어습득장치(LAD: 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있어 선천적으로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으며, LAD는 1~6세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아동이 언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만 하면 몇 개의 언어라도 모국어와 같이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Chomsky, 1965).

그러나 촘스키를 인용하는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촘스키 등의 조기언어교육 연구는 영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환경(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 아니라 영어가 지역사회에서 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언어로서 배우는 조건(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을 전제로 한 것이다(신동주, 2007).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80720)

즉,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장사꾼이 학자의 이론 중 진실은 가린 채 자신이 이용할 만한 부분만 집어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것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


작가는 철저한 조기 영어교육 찬성자이다. 조기 영어 교육 반대론자들에게 반문하며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로 '말하고 싶은 수다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일 수 있으며, 영어 유치원에서 물만난 물고기처럼 아이가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손가락질 하는 이유가 그들의 재력, 그 자녀들의 영어실력에 질투가 나서가 아니냐고,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객과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고까지 한다. 동의할 수도 없고, 너무나 가벼우며 유치하기까지 한 주장이다. 


교육학, 정신건강학, 소아청소년의 모든 부분을 다루는 이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어 유치원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영어 유치원의 영어 교육 실효성은 당장 다니는 그 때 확 두드러질 뿐, 시간이 지날 수록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영어에 치중하느라 아이들의 다른 발달이 저해되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너무 영어 자체에만 치중하여 많은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엄마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까 우려된다.


둘째, 작가는 탄탄한 모국어가 탄탄한 외국어를 만든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엄마표 영어를 하기 위해 이런 류의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은 반드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혼란을 겪는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단서를 달지 않은 겪이다. 모국어 실력은 언어 형성기(4~12세)에 길러진다. 즉 이 언어 형성기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에 치중하여 한국어가 아닌 영어 책만 선호하게 된다며 아이는 아주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된다. 영아기부터의 영어 몰입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언어는 말과 글만이 아니라 생각이 드러나는 도구이다. 모국어 실력이 낮다면 생각이 얕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말과 글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외국어가 모국어 실력을 능가할 수는 없으니 아무리 어릴 때 영어를 잘 한다 소리를 들었어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모국어로 깊이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데 외국어로 그것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절대로. 이는 아이가 어릴 때보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드러난다. 


따라서 한국어 책 읽기보다 영어 책 읽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어에 능통해져서도 그것을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어에 이토록 매달리고, 노력하며, 어릴 때부터 시키는 이유가 궁극적으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셋째, 이 책은 너무나 주관적인 책이다. 지극히 작가의 자녀 경험에 바탕을 둔다. 읽으면서 특히 비웃음이 낫던 부분이 있다.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갑자기 영어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 어느 아기 엄마의 후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듣고, 들은 것을 기억해 말로 뱉을 뿐이다. 들었던 것을 기억했다가 말로 할 수 있게 된 시기에 하는 것인데,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아이는 이것이 영어인지 알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들어서 기억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다. 


내 경험을 비추면, 우리 아이가 27개월 무렵, 'twinkle, twinkle, little star'노래를 불러주었는데 몇 번 부르니 아이가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내가 부르던 중국어 가요가 있는데 반복되는 특정부분이 나오면 따라했다. 들은 것을 들리는대로 따라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단지 들려준 노래만 듣고 따라하는 것을 보고 뜻을 알고 말을 할 줄 안다며, 이 책과 이 책에 실린 다른 엄마들의 후기는 호들갑 떤다. 이것은 호들갑 떨면서 대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부 좀 해보면 안다. 뜻을 알고 말을 한다는 것은 상황에 맞게 말을 할 때여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꼭 이 시기에 영어 동요나 문장을 말해 본 적 없다고 해서 7세에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때 가면 더 빨리 배운다. 그러니 불필요하게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너무 힘주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자.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영아기에는 무조건 모국어 노출을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한다. 영어 노출을 해줄 경우에는 영어 동요 정도 틀어주면 된다고 본다. 그것도 모국어보다 우선해선 안 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말이다. 영어 DVD를 보여준다고 미디어에 많이 노출시키면 아이의 전두엽 발달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취학 전 아이가 2년 걸리는 학습을 초등학생은 단 몇 개월이면 쉽게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그러니 너무 조바심 갖지 말고 영아기부터 해야한다며 빨리 시작하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창의력 발달을 위해서도 문자 교육은 만 5세 이후에, 미디어 노출은 최대한 늦게,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일부분에 빠지지 말고 전체를 보고, 멀리 보고, 주관을 가지고 영어든 뭐든 아이와 함께 했으면 한다.


나는 이 책을 다시 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샀다면 엄마의 영어 공부법이나 참고 도서 목록만 참조하길 권한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엄마표 영어와 관련한 책을 무수히 많이 보았는데 학생을 지도하는 내 경험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와닿고 설득력 있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은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한국어 독서가 우선이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영어 유치원의 허점에 대해서는 잘 짚고 넘어간다. 이런 책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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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운동화 2021-08-1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네요.^^ 혹시 엄마표영어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관심은 있는데 아무것도 몰라 여쭙니다. 6세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