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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최애 ㅣ 다산어린이문학
김다노 지음, 남수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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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김다노 작가의 소수자에 대한 시선, 나다움에 대한 생각이 좋아서 신작이 나오면 찾아읽는 편이다. 이번에도 작가 이름만 보고서 내용 소개는 패스하고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책은 대찬초 6학년 1반 아이들의 이야기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등장한다.
일단 삽화도 너무너무 예쁘다. 특히 커버를 벗겨내면 나오는 표지도 예쁘고, 계절을 나타내는 그림도 아름답다.
무지와 미지
“근데 있잖아 넌 남자가 키 작아도 괜찮아?”
“난 상관없던대.”
키 작은 남자 아이 무지와 키 큰 여자 아이 미지의 이야기. 자기보다 키 큰 미지의 고백을 거절한 뒤 미지를 향한 마음이 자라난 무지가 어떻게 용기를 낼지 지켜보게 된다. 미지.. 당당하고 멋진 여성..♥
눈인사를 건넬 시간
지금 제일 미안해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바로 나였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만 참으라고 했으니까. (p.64)
나는 꼭 모두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을 보일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선물과 관심을 쏟아 내는 사람에게 보답해야 할 이유도 없다. (p.66)
원치 않는 선물공세를 펼치고 전화와 문자를 끊임없이 보내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아이에게 수민이는 ‘싫다’라며 거절하는 것이 힘들다. 옆집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수민이는 거절의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동화집 동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다. 스토킹 범죄, 일명 ‘왜 안 만나줘’ 범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현실에서 많은 아이들이 이걸 읽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과 사랑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주위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수민이의 선생님이 수민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아도 수민이만큼이나 나도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한 바퀴 더
“우리 태어난 지 10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지금 좋아하는 걸 해야지, 언제 하려고.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데. 뭘 벌써 포기하냐?” (p.92)
행복한 쿼카 기온과 육상을 포기하려는 소년 준구의 이야기. 이 동화 속 여자 아이들은 다들 걸크러쉬 뿜뿜이다. 아유 예뻐라.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더 해보고 싶은 초등학생의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꿈을 향해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십년 조금 넘게 산 아이들에게 취미, 좋아하는 것들은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 달리라고만 말하는 게 옳을까. 그 문제에 대해 늘 허허실실 행복한 쿼카같은 기온은 명쾌하게 대답을 해준다.
확신의 확률
택이가 말한 강아지끼리’도’라는 말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국어가 어려운 명지도 그 ‘도’가 어느 때 쓰는 ‘도’인지 잘 알았다.
‘강아지 말고 또 누구끼리 좋아하는데?’ (p.117)
‘당근으로 강아지 사료 무나하다가 만난 썰 푼다.’라는 제목으로 커뮤에 올라올 만한 글. 얘네 너무너무 귀엽다 정말.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할 확률, 함께해서 행복할 확률과 그렇지 않을 확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 등 모든 것을 확률로 따지고 보려는 명지가 택이를 알게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된다. 혼자 마음고생하다가~ 금방 기분이 날아오르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형적인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이는 명지가 정말 귀여웠다.
최악의 최애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춘기가 아직 한국어와 한자에 서투르다는 걸 몰랐다. 한 번 만난 팬의 이름과 얼굴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걸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 하나가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몰아가는 사람들은 그랬다. (p.132)
‘짝사랑하는 여자가 최애 아이돌 팬 사인회에 같이 가자고 해요’ 이런 제목이면 어울릴까?. 아이돌 틴케이스의 멤버 춘기를 좋아하는 진아. 그런 진아를 짝사랑하는 대한. 둘은 틴케이스의 팬싸인회에 갔다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진아와 대한이는 어떻게 헤쳐나갈까?
장애를 특이하거나 남다르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루는 것과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이미지 관리에 대한 일침이 인상적이다. 물론 대한이와 진아의 설렘 가득한 이야기는 당연하고ㅎㅎ
다섯 편의 이야기는 6학년 첫 날, 이른 봄부터 졸업을 하는 겨울까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성장한다. 옴니버스식의 이야기 구성이지만, 6학년 1반 아이들이 주인공인 연작 동화라서 이전 편의 이야기에서 슬쩍 흘린 내용이 뒷 이야기의 떡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째로 읽어보면 더 재미있다. (게다가 이름이 무지, 미지, 명지 등등 조금 헷갈려서 두 번째 읽어야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특히 6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데, 6학년 초에 읽어도 좋겠고 졸업을 앞두고 읽어도 좋겠다. 사실 계절마다 꺼내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