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미스터리 소설이란 '신비 또는 공포의 요소가 큰 역할을 하는 소실'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쉽사리 겪을 수 없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단 한 번의 시선>이라는 이 작품 또한 미스터리 장편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가 의문과 호기심을 품고 사건을 따라가게 만들고 있어요. 제법 두께가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던 소설이었어요.



할런 코벤 작가님은 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최초로 모두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정도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정통하신 분이더라고요. 출간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언론, 독자의 극찬을 받으며 명실공히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내리막 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작가님의 책을 한 번 읽고나면 다른 소설들까지 찾아서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소설에 대한 서평이니만큼 우선 <단 한 번의 시선>의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작품은 평범한 검사보였던 '스콧 덩컨'에게 생면부지의 킬러가 면담을 청해오는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그날의 대화는 이후 스콧의 일생을 송두리째 뒤바꾸게 되고, 3개월 후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레이스'의 평온한 일상 속에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이 끼어듭니다. 15년 전 일어난 '보스턴 대참사'의 생존자인 그레이스의 남편이 갑자기 사라지고, 사진의 비밀과 남편의 행방불명, 그리고 과거의 사진이 뒤얽히며 사건이 긴박하게 전개되는데요. 또 다른 킬러인 '우'가 사건에 개입되면서 독자는 손에 땀을 쥐고 읽어나가게 됩니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격랑을 겪게 마련이다. 여기저기 찢기고 깊게 베인 상처가 남기도 한다. 온전하던 당신의 삶 역시 인생도 언제든 갈가리 찢길 수도 있다. 배를 가르면 쏟아져나오는 내장처럼 언제든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다. 때로는 헝클어진 인생이 스르르 풀릴 때도 있다. 느슨해진 올이 풀리고 솔기가 툭 뜯겨나간다. 이 모든 변화는 아주 느리게 시작된다. 쉽게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에는 미스터리 소설치고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 특징은 할런 코벤 작가님의 작품에서 주로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여러 인물들의 각 시점을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있어서 작품 중반부까지는 이 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한 사건 안에서 어우러질지가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작품의 끝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이들의 얽혀진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때의 카타르시스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할런 코벤 작가님의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꿈속에서 그레이스는 비극이 곧 닥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꿈속의 그녀는 경호를 하지도, 출구를 향해 내달리지도 않았다. 그녀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꿈이란 게 원래 자기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뛰어난 예지 능력이 있다 해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꿈속에선 잠재의식에 연결된 노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답은 그것보다 훨씬 간단할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꿈속에서 비극은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현실 속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그들의 진술에 의하면, 그레이스와 그녀 일행은 무대 앞에 네 시간 이상 서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보스턴 대참사'의 생존자인데요. 지미 엑스 밴드가 공연하는 락 콘서트에서 총성이 울리면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고, 많은 사망자가 나오게 되는 사건이에요. 그레이스가 어렸을 때 벌어진 사건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건과도 맞물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대참사의 생존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상처는 메워지지 않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참사가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깨닫게 되면 소름이 돋으실 거예요.


"노래가 끝이 났다. 그녀는 처음으로 감아 다시 재생했다. 그녀는 어느새 몽롱하고, 유쾌한 광란에 빠져들어 있었다.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훔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시계를 돌아보았다. 붓을 놓아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 수업이 끝나는 시간.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러 나가봐야 했다. 에마의 피아노 레슨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맥스의 순회축구팀 훈련도 있었다. 그레이스는 손가방을 집어들고 나가 현관문을 걸어잠갔다."

이 작품은 반전의 묘미가 아주 강렬하게 드러나는 소설이에요. 특히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에 이르면 반전의 폭풍 속에 들어가있는 기분마저 들 정도예요. 아무래도 시점이 여러 번 바뀌다보니 각 인물들이 어떻게 이 사건을 이해하고 있는지 독자들일 알게 되는데, 어떤 게 사실인지는 책을 덮을 때까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특히 반전을 거듭한 반전이 책의 끝부분에 도사리고 있으니 <단 한 번의 시선>을 읽기 시작하신다면 꼭 끝까지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독자를 강렬하게 몰입시키는 사건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문장도 짧아서 쉽게 읽히는 편이라 거의 600쪽에 달하는 책을 세 번에 걸쳐 다 읽어버렸답니다. 영상화되어도 재밌을 것 같네요.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으실 때,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