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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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최근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의 코드는 '위로'라고 생각해요. 예스24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봐도 10위권 안에 드는 책의 제목에 대부분 '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한 국가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그 나라의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힘든 나를 위로하고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모자라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책의 제목은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냥 '아, 이것도 그냥 그저그런 위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은 작가님이 읽은 책과 감상한 영화를 엮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에세이였습니다.



강세형 작가님은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시다가 에세이를 집필하게 되셨는데요. 작가님의 책 제목들만 쭉 살펴보셔도 어떤 느낌의 글을 쓰시는 분인지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작가님은 무엇이든 보고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좋아하는 책, 영화, 그림, 만화들을 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 유난히 작가님의 취향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장르는 아무래도 좋았다. 재밌는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이야기에는 정말 그런 힘이 있었으니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움직일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움직이는 힘. 그래서 나는 정말, 내 인생의 많은 것들 혹은 대부분의 것들을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자신이 감상했던 책과 영화의 스토리와 함께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작가님의 취향이 폭넓기 때문에 여러 취향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영화와 책을 좋아하다보니 마치 취향이 비슷한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와 책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이었어요.


"타고난 이야기꾼한테 한번 걸리면, 그렇게 된다. 우리는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헤어 나오고 싶은 맘도 없다. 이야기꾼의 덫에 걸려, 그렇게 하얀 새벽을 맞아본 사람들은 다 알 거다. 그 기분이, 얼마나 짜릿한지. 그걸 잊지 못해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헤매게 된다."

작가님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와 책을 보게 되었다고 해요. 저 또한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와 책은 물론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까지 섭렵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이야기가 가진 중독성은 강력합니다. 강렬한 이야기에 빨려들어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볼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들이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온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


"'몇 년 후'는 만병통치약이다. 주인공이 군대에 가도 '몇 년 후'라는 자막만 뜨면 그는 제대해 있고, 주인공이 대단한 슬픔에 빠져 있어도 '몇 년 후'라는 자막이 뜨면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 오래전 헤어진 연인도 '몇 년 후'면 재회해 다시 사랑을 하고 있고, 아무튼 '몇 년 후'는 참 많은 걸 해결해 준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정작 그 '몇 년'인 경우가 더 많다. 머리에 띠를 매고 공부를 시작한 주인공은 그 몇 년 동안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과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욕망과 이런저런 유혹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대단한 슬픔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전 그 몇 년동안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뎐ㅆ는지, 그게 더 궁금할 때가 많다."

이 책의 신비한 매력은 작가님이 소개해주는 책, 영화와 나의 삶을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책 제목이 새롭게 와닿는답니다. 시간과 이야기는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이야기도 내 안에서 쌓이고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취향저격인 작품이었어요.


"읽기는 쉽고, 잊기는 어려운 소설. 이 책은 정말 그랬다. 읽기는 쉽고, 잊기는 어려웠다. 또한 쉽게 읽히지만, 빨리 읽히지는 않았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 삶의 굉장히 작은, 수많은 조각들이 또 떠올라서.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이런 얘길 했다. '이 작가가 내 주변에 있다면 좀 무서울 것 같다'고. 이토록 섬세하게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읽기는 쉬운 이 책이, 얼마나 어렵게 쓰였을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이어리에 책과 영화의 제목들을 메모했어요. 작가님의 설명만으로도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졌거든요. 아직 읽지 못해 방 안에 쌓아놓은 책들이 많으면서도 작가님이 이야기해준 책들을 모두 읽고 싶었어요. 그만큼 작가님이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거겠죠? 이야기에 매혹된 작가와 그 이야기에 매혹된 우리. 이 관계 속에서 이 책은 점점 더 특별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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