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2. 에티켓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2
윤태호 지음, 김현경 교양 글, 더미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윤태호 작가님의 신작 <오리진> 2권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저스툰에서 연재 중인 웹툰인데요. 교양만화라는 특이한 장르입니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에 대해 파고드는 작품이라 한 권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1권에서는 '보온'에 대해 다루고, 2권에서는 '에티켓'에 대한 스토리가 나옵니다. 보온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고, 에티켓은 인간관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죠. 1권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터라 2권 출시도 넘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윤태호 작가님은 무한도전에 출연하셔서 릴레이 웹툰을 연재하신 적이 있어서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텐데요. 윤태호 작가님의 만화 중 유명한 작품으로는 <이끼>, <미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내부자들>등이 있습니다. 웹툰임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영화화되기도 할 정도로 현실을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품들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오리진>이라는 이번 작품은 어느정도 SF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뜻밖이기도 했어요.



<오리진 2>의 주제는 바로 '에티켓'입니다. <오리진>의 스토리는 미래에서 온 로봇인 봉투가 현대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의 모든 것을 학습해나가는 내용인데요.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오리진 1>의 주젝 보온이라는 게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읽고 나니 보온이라는 게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오리진 2>의 주제인 에티켓은 보자마자 '아'하고 납득이 됐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보온'을 획득하고 나선, 자신을 제외한 외계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낯선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살아가며 수없이 만날 외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그럼으로써 보여지는 자기 자신 또한 감당해야 할 자신의 몫일 것이다.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까워지기 위해. 더욱 사랑하기 위해."


작가의 말을 읽고나면 왜 이 책의 주제가 '에티켓'인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필수조건인 보온을 충족하고 난 후에 중요해지는 것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죠. 그래서인지 저는 마지막 구절이 참 인상 깊었어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까워지기 위해." 에티켓의 정의를 완벽하게 품고 있는 문장입니다.


참고하시라고 등장인물도 잠깐 소개해 드릴게요! 1권에 비해 2권에서는 에티켓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 캐릭터끼리의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작품의 초반부에서 로봇인 봉투는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들 간의 거리와 '인사'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글자로 정리해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고, 케바케의 경우가 너무나 많죠. 그래서 봉투는 이 작품 내내 에티켓이라 여겨지는 거리를 파악하지 못해서 방황합니다. 에티켓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니까요.


특히 봉투가 집에 사는 것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봉투가 저지르는 실수들 때문에 거리가 멀어진 봉원의 엄마 '나선녀'와의 관계가 2권에서는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어요. 봉투가 사람들을 관찰하며 얻은 에티켓에 대한 지식으로 보면 거리가 가까운 봉투와 나선녀와의 관계는 친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사람 간의 거리란 얼마나 어려운 개념인지 ㅠㅠ


봉투가 에티켓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과 동시에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자들끼리의 관계와 집주인과 입주자 간의 관계가 동시에 다뤄집니다. 에티켓은 권력과 서열에 의해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에서는 나이나 돈으로 그 서열이 정해지게 되죠. 서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2권의 끝까지 봉투는 에티켓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해요. 그래서인지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한 권이라는 분량 안에 봉투가 에티켓에 대해 통달한다는 게 비현실적이라 이렇게 처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에티켓은 나이가 들어서도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다시 재정의하게 되는 개념이니까요. 모르기 때문에 실수하게 되는, 어린아이 같은 봉투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이야기가 끝나고나서는 교양만화답게 에티켓에 대한 역사적, 인문학적 정보를 그림과 함께 서술해주고 있습니다. 웹툰 내용 중에서는 사건이 지체가 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언급했던 정보들을 이 파트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오리진>의 가장 큰 매력은 한 권마다 내 삶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한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기도 하고요! 나는 사람들과 어떤 거리감을 가지고 살았는지, 내 에티켓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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