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붕당실록 - 반전과 역설의 조선 권력 계보학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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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에 대해 혹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조선은 붕당시대에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 치열한 권력 다툼을 한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의 그 붕당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본 역사책인데요.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하기는 힘들어서 천천히, 차근차근 읽었지만요!



박영규 작가님은 역사 대중화를 대표하는 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22년간 총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에 이어 다채롭고 흥미 넘치는 주제사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시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사상서나 동서양철학서, 대하소설까지 편찬하셨는데요.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출간하셨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그중에서도 이 책은 조선시대의 붕당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의 붕당이란 사림이 당파를 형성한 것을 말하며, 사림파라 함은 일반적으로 15세기 말부터 16세기에 걸쳐 재야 선비들을 배경으로 형성된 정치 세력을 일컫는다. 이들은 공훈을 세워 세력을 형성한 훈구파나 척신(외척) 세력과 대립하며 성장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집단적인 피해를 입었다. 사림의 이 집단적인 피해를 곧 사화라고 했다."

어렴풋하게 고등학교 역사 수업 내용이 떠오르실 거예요. 그만큼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보낸 시간이 길었다는 거겠죠. 이 이야기는 사림의 사화에서 시작됩니다. 사림파는 조선의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사림이 정권의 중심이 된 선조 시대에 이르러서는 학맥과 인맥에 따라 붕당이라는 이름의 당파가 형성되게 되죠. 그리고 이후 조선의 정치는 붕당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붕당은 정치를 발전시키는 측면도 있었지만 지나친 권력투쟁으로 인해 폐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김효원과 심의겸의 두 당이 서로 원수처럼 서로 공격하였다. 당초 심의겸이 김효원을 비방하자 김효원도 심의겸을 비난하여 각기 붕당이 나뉘었고 서로 알력하게 되었다. 김효원과 심의겸이 모두 외직으로 나가 있었으나, 심의겸 쪽이 김효원 쪽보다 나아서 김효원 쪽의 당하 문신들 가운데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배격되었다. 이성중은 김효원과의 교분 때문에 논핵을 받아 철산 군수에 제수되었고, 정희적과 노준도 그렇게 되었다. 붕당이 나뉘어 서로 공격하는 것이 당나라 때의 우이(당나라 말기에 우승유와 이길보가 붕당을 나눠 싸운 것)의 당과 같아서, 사림의 조용하지 못함이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다."

사림파가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지고 붕당을 형성하게 될 무렵까지만 해도 모든 관료들이 붕당에 참여한 것도 아니었고, 참여했다가 빠지는 사람도 있고, 양쪽 붕당을 오가는 사람도 있었고, 양쪽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이이는 양쪽에 편지를 보내 서로 화해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파의 권력 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심해지고, 거칠어졌습니다.


"이로써 영조는 완전히 조정을 장악한 셈이었다. 이때 영조의 나이는 61세로 환갑 때였다. 오랫동안 탕평책을 구사한 덕에 절대군주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소론의 전향은 곧 노론의 득세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영조는 비록 탕평을 구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론의 항복을 받아내고 자신을 왕위에 올린 노론의 과거 행적을 합리화시킨 격이었다."

사림파 안에서 붕당이 나뉘어지고, 그 붕당 안에서도 또 다른 파로 나뉘어지면서 조선의 권력은 갈기갈기 쪼개지며 점차 여러 붕당이 생겨납니다. 영조 시대가 되어서야 탕평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왕위에 올려준 붕당의 편을 은근히 들어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가 않았네요. 이후 정조가 죽음으로서 붕당 시대는 완전히 종말을 맞게 되는데요. 이후 60여 년에 걸친 외척 독재가 시작되면서 결국 조선을 망국으로 이끌게 됩니다.


"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끄러운 것이다. 그러나 시끄럽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판이 시끄럽다는 것은 정치가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정치적 투쟁과 소란이 없는 정치야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다. 조선의 붕당정치는 몹시 시끄러운 정치였다. 그에 비해 외척 독재의 조정은 조용했다. 한쪽이 독점했으니 소란스러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조용한 정치는 곧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선 후기에 이뤄진 230년간의 붕당 시대는 조선의 정치가 매우 건강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의 정치와 비교해보게 되더라고요. 붕당 시대는 여러 당으로 나뉘어 서로 음모론을 펼치고, 죽고 죽이면서 어떻게 보면 진흙탕 싸움 같다는 인상을 받게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판은 언제나 시끄러워야만 하는 게 아닐까요? 의견이 다른 여러 정당이 부딪히고, 깨지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정답이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붕당 시대 이후에 찾아온 외척 독재 시대는 오히려 조용해서 무서운 시대였습니다. 역사를 통해서 오늘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역사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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