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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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즌'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사냥이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단어일 거예요. 오픈 시즌이란, 정부에서 법적으로 허가한 사냥 시즌입니다. 미국의 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에는 아직 야생동물이 사람보다 많은 지역이 있다고 해요. 그런 지역에는 '수렵감시관'이라는 직업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수렵을 합법적으로 하는지를 관리하는 사람인데요. <오픈 시즌>은 그 수렵감시관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C.J.복스 작가님은 여행사를 설립해 운영하시다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작가를 향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 마흔 무렵에서야 <오픈 시즌>을 완성하셨다고 하비다. 이 작품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을 휩쓸었습니다. 이 작품의 성공을 발판으로 열일곱 권에 달하는 '조 피킷 시리즈'도 작업 중이시라고 해요.



"수렵감시관이 현장에서 무장하지 않은 사람과 맞닥뜨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냥꾼은 라이플, 산탄총, 휴대 무기를 지니고 다녔다. 하이커, 낚시꾼, 야영객 중에도 무장한 이가 적지 않았다. 사냥에 쓰는 날카로운 브로드헤드 화살은 조의 트럭 유리창을 거뜬히 깨고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사냥철에만 조심하면 됐다. 지금은 사냥이 금지된 한여름이다. 사냥 금지기간에 총을 들고 설치는 건 밀렵꾼이나 소도둑들뿐이었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건 매우 위험했다."

이 책의 스토리를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금렵과 수렵 관련 사항을 감시하는 와이오밍 주의 수렵감시관인 조 피킷은 한 주민의 밀렵 현장을 적발하게 됩니다. 주민은 눈감고 넘어가주기를 바랐지만 조 피킷은 곧이곧대로 범칙금을 부과합니다. 며칠 뒤 조 피킷의 집 뒤뜰에서 그 주민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마을은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사건이 대충 수사된다는 느낌을 받은 조 피킷은 뭔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하고 내막을 캐기 시작합니다.


"조는 앞으로 석 달 이상 일요일마다 아이들에게 아침을 만들어 먹이고 한가하게 신문을 훑는 여유를 누리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심지어 오늘도 그랬다. 목요일은 와이오밍 트웰브슬립 카운티에서 사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가장 먼저 영양 사냥이 허용될 것이고, 사슴과 엘크와 무스가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사냥철이 시작되면 조는 온종일 산과 언덕에 나가 순찰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가족과 사냥하러 산에 가는 아이들을 위해 '엘크 데이'까지 만들어놓았다."

이 책의 장르는 서부극과 스릴러물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차로도 들어가지 못하는 울창한 산에서는 말을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사냥'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서 작품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생겨납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사냥철에는 온갖 총기류를 지니고 다니고, 사냥을 하지 않는 여자들도 기본적으로 총을 모두 다룰 줄 알기 때문이죠.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활 환경과 배경이 호기심을 자아내고, 끝까지 읽게 만듭니다.


"셰리든은 이런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셰리든은 애완동물이 살아 있고, 이곳 생활을 만족해한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비밀이 있다는 것, 장작더미 밖으로 나오는 작고 귀여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셰리든은 매일 스쿨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소녀는 이런 행복이 영원히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여러분은 멸종위기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멸종위기종에 대해 막연하게 안타까움을 가지고, 막연하게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숲은 여러 학자와 기자, 자연보호단체에 점거당하고 그 지역의 모든 사냥은 금지당한다고 해요. 그렇다면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 마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작품의 사건은 이러한 이해관계의 어긋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모두가 총기를 지니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독자들은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그에게, 그리고 그가 관리하는 대형 사냥감에게 봄은 자연의 잔인한 장난일 뿐이었다. 봄은 이곳의 모든 생물에게 아무리 많이 배우고 기술적으로 진보하고 직관력이 남다르다 해도 자연을 통제할 수는 없음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봄은 함부로 안전하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고안된 계절이었다."


작품의 배경인 와이오밍 주는 로키산맥과 옐로스톤 공원을 아우르는 거칠고 드넓은 자연의 대명사입니다. 특정 기간에는 사냥이 공식적으로 허가되기에 수렵감시관이라는 관리인이 있는데, 빨간 섀미 셔츠와 배지와 카우보이 모자로 상징되는 그들은 이른바 '거친 남자'의 대명사로 여겨지죠. 시리즈이 히어로 '조 피킷'은 바로 그 수렵감시관이지만, C.J.복스 작가님은 틀에 박힌 이미지를 비틀어놓음으로써 전혀 색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조 피킷은 샷건을 마구 갈기지도 않고, 독주를 거침없이 마시지도 않으며, 위압적인 완력을 자랑하는 우람한 마초도 아니고, 오히려 선발 시험에 겨우 합격했을 만큼 신체적 능력도 부족하고, 사건을 뒤쫓는다지만 별다른 추리력도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오로지 '옳은 일을 한다'라는 정의감과 가족을 향한 사랑만 넘치는 캐릭터죠. 곧이곧대로 원칙을 고수하는, 장르소설 사상 가장 '가정적인' 주인공 조 피킷이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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