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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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중학생 때만 해도 힙합은 반에서 소수의 몇 명만 공유하고 있던 음악 취향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힙합을 듣고 있다. 이는 '쇼미더머니'라는 TV 프로그램과 피처링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 대중 가요던 중간에 랩 파트가 들어갈 정도로 대중은 힙합에 익숙해지고 있다.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의 저자인 '김봉헌' 작가님은 흔히 대중음악 평론가로 알려져 있으신 분이시지만 힙합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더 선호하신다고 해요. 이 작가님은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힙합 고유의 멋과 매력을 알리는 작업, 힙합이 지닌 긍정적인 태도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대중과 연결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합니다. 이 책에 딱 맞는 작가님이 아니신가 싶어요. '서울힙합영화제'를 기획하고 주최하고 있으며, MC메타, 김겨주 시인과 함께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팀 '포에틱 저스티스'로 활동 중이시기도 합니다. 힙합에 대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힙합이란 대중 음악의 한 장르를 일컫는 말인 동시에, 문화 전반에 걸친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힙합이란 단어의 유래는 '엉덩이를 흔들다'는 말에서 유래했는데요. 그만큼 힙합이라는 장르는 리듬을 강조하고 있는 음악이죠. 당초에는 19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에 거주하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 운동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힙합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어떤 문화로 자리잡게 됐을까요?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그러나 금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다른 장르에 비해 열등한 음악이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악이다. 또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화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금성인의 말이 모두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힙합의 '본질'과 '진면목'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얕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힙합이 구축한 깊고 남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2명의 래퍼와 작가님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많은 래퍼들 중에서 12명의 래퍼를 선별하는 과정이 참 힘드셨다고 해요. 베테랑일 것, 부지런히 이 길을 걸어왔을 것, 자기만의 입장과 철학이 있을 것, 훗날 한국 힙합 역사에 기록될 성취를 가지고 있을 것, 무엇보다 힙합을 '살아왔을' 것. 작가님이 이러한 기준들을 세우고 고민해서 추려낸 분들입니다. 힙합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래퍼 개인의 삶에서 배운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셨다고 해요.


"제가 차가 많은 래퍼, 돈이 많은 래퍼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게 다 부질없는 거잖아요. 누군가가 나보다 차가 더 많으면 끝나버리는 거고, 차가 많은 것만 따지면 랩 실력을 떠나서 아무 부잣집 아들이나 나와서 차를 저보다 많이 사버리면 끝나는 거니까. 하지만 바닥에서부터 쌓아가는 랩 스킬과 랩에 대한 인정은 누군가가 '내가 단기간에 열심히 해서 도끼를 꺾어버릴 거야'라고 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에서 누가 랩을 제일 잘하냐고 물을 때 바로 떠오르는 래퍼가 되는 게 목표예요."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의 첫 번째 래퍼는 요즘 예능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는 래퍼 '도끼'입니다. 도끼라고 하면 아무래도 명품이나 돈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한국의 문화에서 바라보기엔 '어린 놈의 사치'로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끼 자신은 어떻게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하는 동심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래퍼의 개성과 철학 뿐만 아니라 힙합에 대해서도 여러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모두가 노래를 잘 부를 순 없잖아요. 노래는 못 부르지만 뭔가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랩은 최고의 도구예요. 노래를 부르는 대신에 단어에 리듬을 싣고 언어를 배치하는 거죠. 굳이 잘생길 필요도 없고 말만 할 줄 알면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랩이기 때문에 악당도 쓸 수 있고, 허풍쟁이도 쓸 수 있고, 글쟁이도 쓸 수 있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도 쓸 수 있고,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도 쓸 수 있죠."

그 다음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래퍼의 이야기는 바로 '타이거JK'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시절부터 타이거JK의 랩을 정말 많이 들어와서 인터뷰 내용이 가장 궁금한 래퍼들 중 한 명이었어요.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책을 읽으면서 그 래퍼의 음악을 틀어놓으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책의 내용과 음악 속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독자에게 직접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


힙합의 역사, 철학, 세계 그 밑바닥까지 파고든 책은 처음 봐서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제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은 책이에요. 힙합에 관심 없는 분이 읽으셔도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같은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만들어줘서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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