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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고등학교 때 윤리 수업 때 들었던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유토피아를 낙원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정확한 사전적인 의미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에서는 유토피아를 꿈꿔야 하는 이유와 그것을 현실에서 이뤄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론은 '과거에는 무엇이나 지금보다 열악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난 200년간 급속도로 성장을 이룩했고, 그 덕에 삶의 질 또한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습니다. 과거는 생활하기에 가혹한 시대여서 사람들은 상황이 개선되는 날이 오기만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중세 사람들이 가장 선명하게 꿈꿨던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무릉도원 '코케뉴(Cockaigne)'였습니다. 강에는 포도주가 흐르고, 구운 거위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팬케이크가 나무에서 자라고, 하늘에서는 뜨거운 파이와 빵이 비처럼 내리는 곳이라고 해요. 풍요의 땅인 코케뉴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투지 않고, 파티를 열어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졸리면 아무 곳에나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중세인에게 현대 서구 유럽은 진정한 코케뉴에 매우 가깝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패스트푸드를 먹고, 실내 온도를 알맞게 조절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굳이 일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 들어오고, 성형수술을 받아 젊음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역사가 헤르만 플레이가 한 말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문명과 기술이 발전하여 중세시대 사람들이 꿈꿨던 유토피아를 실제로 이룩해냈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현대인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요? 굶어 죽는 사람보다 비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더 많고, 거의 모든 사람이 부유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무릉도원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 따르면, 인간은 풍요의 땅에 도달하자마자 다시 한 번 머나먼 수평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닻을 끌어 올려 항해를 떠나야 합니다. "진보는 유토피아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여태껏 누려온 것보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 꾸어온 꿈을 대체할 새 꿈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고 꿈틀거리는 세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유토피아가 없다면 우리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거예요. 현재가 엉망이라 유토피아를 꿈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희망을 품지 않으면 현재는 황량하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는 현대인이 새로운 유토피아를 설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룩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작가님은 생각보다 나잇대가 어리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책을 읽고 나서 더 놀라웠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는 게 이 책의 매력이었습니다. 질문이 많이 떠오른다는 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대학교에서 철학과는 별 의미가 없다고 치부되는 만큼 이 작가가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사상가라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현대에 사상과 철학이 필요한 이유도 책을 읽으면서 찾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

작가는 책에서 유토피아의 필요성, 기본 소득 보장, 여가 시간 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어요. 찬반이 나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입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아, 재미 없겠다', '어렵겠다'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 책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거든요. 하지만 작가님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가지 예시를 들어주시고, 어렵지 않은 어휘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철학과 사상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기기도 했어요!

살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는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우리는 어떤 유토피아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까요? 한번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