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전집 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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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가 원석 그대로 남긴 소설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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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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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우리는 고전 회화를 곧잘 ‘우러러보아야 할 예술’로만 보지만 TV나 영화 같은 동영상이 없던 시대에 그림은 오락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종교화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천사가 날아다니는 그림을 본 중세 유럽 사람들은 오늘날 슈퍼맨이 마천루 위를 나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처음 본 관객처럼 상쾌한 느낌을 받았을 테고, 지옥을 그린 그림 앞에서는 호러 영화를 본 것과 같은 충격과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p67 ~ 70

 

명화로 읽는 신화 이야기


<명화의 거짓말>은 <무서운 그림>의 저자, 나카노 교코의 작품이다. ‘명화’라는 도구로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풀어헤친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은 여러 번 읽어 보았지만, 여러 번 실패한 것 같다. 휘황찬란한 스토리에, 신들의 이름은 길고, 텍스트는 상상력을 못 따라가는지라 읽고 나도 별 감흥 없이 묻힐 때도 많았다. 그런데 나카노 교코는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특정 신들에 focus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우스, 아프로디테, 아폴론에 관한 이야기가 70%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신들의 이야기가 30%정도 가미된 형태이다. 나처럼 주인공 이름 못 외우는 사람에겐 괜찮은 포맷.

 

오늘날 우리는 고전 회화를 ‘우러러보아야 할 예술’로 여기지만, TV나 영화 같은 것이 없던 시절 그림만이 유일한 오락이었고, 과거 화가들은 그림 속에 익살과 비밀스런 코드들을 숨겨놓았다는 견해는 재미있다. 미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매혹적인 아프로디테 그림은 지금의 걸그룹 같은 인기를 얻었을까? 작가의 개성을 가미하여, 원작을 비튼 그림들은 지금 개콘에서 볼 수 있는 패러디였을까?

 

가령,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 니콜라 푸생의 <인생의 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문을 지키는 야누스. 석상은 영원함을 석상 위에 올려진 화환은 일시적인 것을 상징한다. 

'가난'과 '근면', '쾌락'과 '부'라는 삶의 수레바퀴를 끄는 여인들은 세속의 세계에서 춤을 춘다.

천상의 세계에서는 아폴론의 전차를 따르는 요정들이 춤을 춘다. 여인들의 춤과 달리 영원할 것이다.

여인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노인은 시간의 신이다.

그리고, 모래시계와 비눗방울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렇게 많은 상징을 그림 속에 숨겨 놓았다.

해설을 따라가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이라는게 얼마나 함축적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지금껏 미술관에 가면 신화 그림은 웬만하면 Pass 였는데,

앞으로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들여다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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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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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낭낙이와 순대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이 만족감과 행복감은,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너무도 당연해서 간과하고 넘어가는 이 감정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낭낙이와 순대를 보면서

내가 나의 당연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듯이 –p118~119

 

고양이와 개, 그  따뜻한 이야기

 

네이버 웹툰으로도 연재되었다는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서 그린 책이다. 어린(?) 작가와 순수한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라 그런지, 카툰이 아주 아주 귀엽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캐치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늙은 개, ‘낭낙’은 저자가 어린 시절에 입양되었다. 어린 소녀에게 낭낙은 둘도 없는 친구였으나, 세월이 흘러 대학에 가고, 사는 것이 바빠지면서 낭낙은 쓸쓸한 처지다. 게다가 낭낙의 나이는 열다섯 살. 개로서는 ‘살만큼 산’ 나이라는 것. 이제는 청력까지 잃고, 피부염증이 심해 힘들어하지만 나이 때문에 수술은 엄두도 못낸다. 그 개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슬프다.

 

어린고양이 ‘순대’는 ‘각막밴반’이라는 선천성 병을 앓아 앞을 잘 보지 못한다. 실명할 확률이 높아 병원에서 안락사 시키기로 되어 있었던 것을 차마 안락사 시키지 못한 지인이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저자는 순대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순대의 사진을 본 순간 사랑스러운 모습에 홀려 당장 데리고 오게 되었다고.

 

저자의 애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낭낙과 순대의 모습이나 행동들은 사랑스럽다. 고양이가 저렇게 주인에게 충성도가 높은 동물이었나 싶기도 하고. ‘반려견’이란 말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하였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은 정말 인생의 동반자다. 정말 어린 아이와 엄마의 관계같다. 낭낙과 순대를 통해, 평범하게 흘러갈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도 찡하다.

 

지금도 개를 식용으로 먹는 우니나라에선 애완 Pet에 대한 시각이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경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데, 개나 고양이한테 돈을 쓴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Pet에 부정적인 사람이 꼭 인간애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순서가 있겠는가. 좋은 것은 그냥 좋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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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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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람들은 고양이를 잡기 위해 쥐약을ㅇ 놓는다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자기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면 새가 됐든 고양이가 됐든 죽여도 상관없고, 도리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고양이의 목숨 따위는 오이 한 개, 쌀 한 톨보다도 못하다. 먹고살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세상도 아닌데, 여전히 그들의 인정은 참 고약하기만 하다.

 

길냥이도 예쁘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개나 고양이에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개와 고양이 중 좀 더 정감이 가는 것은 단연 개가 아닐까 싶다. 에드가 알렌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의 이미지도 그렇고,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전래 동화를 봐도 고양이는 남의 공을 가로채는 밉상으로 나오지 않은가. 무엇보다 고양이는 개의 충성심 대비 까칠한 이미지다.

 

오래 전 “To Cats”라는 책을 읽으며, 고양이가 이렇게 다양한 표정과 도도함을 지닌 동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 이렇게 예쁜 고양이라면 한번 키워보고 싶은 걸, 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땐 어디까지나 비싼 고양이 이야기였고.

 

<나쁜 고양이는 없다>의 저자 이용한은 전원 생활을 하고 싶어 시골에 정착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전작, <물고기 여인숙>을 읽으며 그가 진정한 방랑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고양이에 관한 책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자는 시골 마을에 등장하는 길고양이들을 거둬 먹이고, 그들과 함께 뛰어 논다. 고양이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는다. 길고양이도 이렇게 예쁘다니…. 마치 어린아이의 재롱을 지켜보듯 고양이의 애교짓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먹을 것 앞에서 ‘발라당’을 하는 고양이, 커플을 이룬 후 부인에게 구박받는 고양이, 나무 위를 치타처럼 올라가는 고양이, 마실가는 할머니 뒤를 보디가드처럼 쫓아가는 고양이, 하수구 배관에 들어가는 고양이, 눈위를 뒹구는 고양이, 화분 위에 꽃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 등. 다양한 표정들이 정말 귀엽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어린 아이 울음소리와 닮았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면 표정도 어린 아이의 순진한 표정을 닮았다.

 

그러나, 모든 에피소드가 즐거운 이야기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가 텃밭을 파헤친다고 해서 쥐약을 놓는 통에 여러 길고양이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고양이를 묶어두라는 이웃의 압박에 묶어두고 외출했다가 목 졸린 채 죽는 고양이도 있다. 텃밭 조금 망가진다고 쥐약을 놓을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지... 저자는 약한 생명체에 호의를 베풀지 못하는 인심을 타박한다. 그 글을 읽으며, 우리 아파트를 배회하는 먹보 고양이가 떠올라 가슴이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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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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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사사기에게 들러붙다시피 바짝 다가서서 걸어가는 나미의 뒷모습을 졸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한 일에 합격점을 줘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천재 가사사기’가 있기 때문에 나미는 괴로운 하루하루를 밝게 살아갈 수 있다.
나미를 낙담시킬 수는 없다. –p64

 

그들의 수상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가사사기와 함께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히구라시는 장사 수완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청년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돈을 더 달라고 큰소리 치면, 마음 약해서 그냥 그 돈을 줘버리고 뒤돌아 서서 분을 삭인다. 그리고 점장 가사사기에게 차마 자신의 한심한 꼴을 보일 수 없어 자신의 비상금으로 메우기도 한다.

 

책은 히구라시가 절의 주지에게서 어이없게 당하는 장면이 계절별로 반복 된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수상한 사건들. 자신이 명탐정이라고 착각하는 가사사기는 사건에 무모하게 뛰어들어 추리를 펼치고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사실은 히구라시가 뒤에서 가사사기의 추리가 맞아 떨어지도록 조작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히구라시는 가사사기를 천재라고 여기는 어여쁜 소녀, 나미를 낙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래 담도 넘고, 밤을 새워 사건 현장을 조작한다.)

 

무모하게 사건에 덤벼드는 가사사기와 뒷수습하느라 바쁜 히구라시의 모습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들의 유쾌한 탐정 Play 이면에는 따뜻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그 뒷이야기가 좋다. 내게도 이런 히구라시 같은 흑기사가 있다면 좋겠다.

 

미치오 슈스케의 최근 작, <달과 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소설인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억지스럽지도 않으면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유머와 인간애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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