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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ㅣ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늘날의 우리는 고전 회화를 곧잘 ‘우러러보아야 할 예술’로만 보지만 TV나 영화 같은 동영상이 없던 시대에 그림은 오락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종교화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천사가 날아다니는 그림을 본 중세 유럽 사람들은 오늘날 슈퍼맨이 마천루 위를 나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처음 본 관객처럼 상쾌한 느낌을 받았을 테고, 지옥을 그린 그림 앞에서는 호러 영화를 본 것과 같은 충격과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p67 ~ 70
명화로 읽는 신화 이야기
<명화의 거짓말>은 <무서운 그림>의 저자, 나카노 교코의 작품이다. ‘명화’라는 도구로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풀어헤친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은 여러 번 읽어 보았지만, 여러 번 실패한 것 같다. 휘황찬란한 스토리에, 신들의 이름은 길고, 텍스트는 상상력을 못 따라가는지라 읽고 나도 별 감흥 없이 묻힐 때도 많았다. 그런데 나카노 교코는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특정 신들에 focus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우스, 아프로디테, 아폴론에 관한 이야기가 70%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신들의 이야기가 30%정도 가미된 형태이다. 나처럼 주인공 이름 못 외우는 사람에겐 괜찮은 포맷.
오늘날 우리는 고전 회화를 ‘우러러보아야 할 예술’로 여기지만, TV나 영화 같은 것이 없던 시절 그림만이 유일한 오락이었고, 과거 화가들은 그림 속에 익살과 비밀스런 코드들을 숨겨놓았다는 견해는 재미있다. 미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매혹적인 아프로디테 그림은 지금의 걸그룹 같은 인기를 얻었을까? 작가의 개성을 가미하여, 원작을 비튼 그림들은 지금 개콘에서 볼 수 있는 패러디였을까?
가령,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 니콜라 푸생의 <인생의 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문을 지키는 야누스. 석상은 영원함을 석상 위에 올려진 화환은 일시적인 것을 상징한다.
'가난'과 '근면', '쾌락'과 '부'라는 삶의 수레바퀴를 끄는 여인들은 세속의 세계에서 춤을 춘다.
천상의 세계에서는 아폴론의 전차를 따르는 요정들이 춤을 춘다. 여인들의 춤과 달리 영원할 것이다.
여인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노인은 시간의 신이다.
그리고, 모래시계와 비눗방울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렇게 많은 상징을 그림 속에 숨겨 놓았다.
해설을 따라가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이라는게 얼마나 함축적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지금껏 미술관에 가면 신화 그림은 웬만하면 Pass 였는데,
앞으로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들여다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