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컬러판) - 광역시의 정체성을 찾아서
김민수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단연 '두껍다' 무려 56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 책을 쓴 김민수, 란 사람에 대해서 얄팍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논문에 친일행적 조각가들을 언급했다가 미움을 받아서 재임용에서 탈락, 오랜 시간 복직 운동을 해서 기어코 서울대 강단에 다시 선 서울대 미대 디자인 전공의 교수님, 이라는 것 정도. 뭘 그렇게까지 친일행적, 에 파르르 떨어서 밥줄까지 떨어지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꺼다. 친일이니 매국노니 이런 말들이 별 감흥없이 지나가버리게 된 건 왜일까. 서정주 시인이 그러하고, 안익태가 그러하고, 최근의 일이라면, 친일은 아니지만, 정말 인성이 의심되기까지 했던 정명훈씨의 프랑스에서의 발언, 이 그러하고, 그냥 인간이 어떤 경지에 이르거나, 어떤 위업을 달성했다 싶으면, 그 업적과 그의 견해, 행동을 그냥 편하게 따로 보자.. 식으로 나도 생각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깨닫는다.

아무튼, 그런 기질의 사람이 쓴 책이니, 당연히 어떤 베이스를 깔고 책이 진행이 될지는 반틈 먹고 들어간 셈이고, 그래서 그가 지적하고 통탄하는 내용에 대해서 그다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들과 이론, 그리고 고구려 주몽, 의 역사까지 등장하는 치밀한 조사는 정말 존경스럽기는 하더라. 물론 존경은 존경이고, 너무나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많아서, 종종 스킵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기도 했다는 고백도 빼놓지는 말아야지.. 근대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도 같고,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비판적 견해를 읽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다 읽고나면, 도시디자인, 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의구심도 조금은 들었다. 물론 페이지 간간히 공공디자인, 가로 디자인, 도시의 CI에 대한 언급들이 나오긴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을 떠나서 이 사람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시개발을 빗대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개탄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더라.    

언급된 도시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인천,, 여섯 곳. 그 중 가장 흥미있게 본 도시는 개인적으로 울산. 현대중공업의 도시, 현대도시. 정몽준 몰표의 도시, 바로 울산, 후후. 태화강, 이라는 이름이 왠지 '섬진강' 처럼 지릿하게 다가왔다. 이런 류의 책들이 주는 이상한 센치함은 뭘까, 싶은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살려보자고, 다시 살려보자고 뭐든 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것에 동감할 때,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어디서 뭘하든 어지간히도 '정체성' 이 없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을 때,, 수백년을 쌓아온 도시의 켜, 라든가, 장소성.. 같은 참, 돈 안되는 이야기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하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막막함이 불쑥 내 문제로 느껴질 때.. 순정소설을 읽은 것도 아닌데, 센치해져서 민망해지기도 한다.

싫은 것에 대해서 행동할 수 없을 때, 그런 '째비' 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한층 더 울적하게 만드는 이유같기도. 이렇게 글로,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용감하게 써내려갈 수 있기 위해서, 얼마나 걸어다니고 얼마나 조사하고,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해야만 했을까, 싶은 점에서, 한권의 책을 쓴 사람 앞에선 엎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책이 어떻고 저렇고, 는 비교할 책이 한권이라도 내 이름으로 있을 때,, 의 일 아닐까..등등의 책 내용과 하등 상관없는 난데없는 '사색'이 책읽기가 주는 고통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의 책들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일본 산업도시 재생 사례에 관한 책도 그러하고, 창조하는 도시, 란 책도 그러하고, 영국의 탄광도시 세이지 게이츠헤드, 도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절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열심히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끌어왔던, 마치 '워낭소리'의 소와 같은 건축물과 역사적인 현장, 공간들이 조금도 보호받지 못하고, 개발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일제 강점의 두번도 돌아보기 싫은 증거라고 없애고, 산업도로를 내야해서 없애고,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야해서 없애고, 도대체 이 나라는 감사할 줄을 모르는 나라,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소성, 같은, 도시의 켜, 와 같은 거창한 표현을 떠나서, 우리의 생명줄, 밥줄, 탯줄과 같을 도시의 모태적 공간들이 거침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정말 이 정부는 눈하나 '깜빡' 안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건립과 관련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 문제를 지켜볼 일이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도대체 우리나라에 오페라 하우스, 가 몇개나 들어설지도 사뭇 궁금해지고, 잇츠 대전, 울산 포유, 다이내믹 부산, 컬러풀 대구,, 우리나라의 도시 네이밍이 어디까지 갈까, 이젠 긴장까지 된다는. 카메라를 메고 훌쩍 가볼 수 있다면, 인천에는 꼭 가봐야지 싶게, 책 속에 등장한 인천의 근대적 풍경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여행안내서를 본 것도 아닌데, 등장하는 도시의 곳곳에, 그것들이 없어지기 전에, 부서져버리기 전에 꼭 가봐야할텐데,, 조바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면, 어떤 면에선 참 잘 쓴 책인게 맞다..막지는 못하겠지만, 없어지기 전에, 눈에 담아서 기억은 해야지, 하는 사람 하나는 낚았으니 말이다.. (200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