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도시문화의 근대 일본근대 스펙트럼 1
하쓰다 토오루 지음, 이태문 옮김 / 논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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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정말 읽느라 너무 갖고 다닌 책인 셈이 됬다. 이 책을 산 건 석사시절 때이고, 그땐, 일본에 대한 관심보다는 번역자가 국문과 학부시절, 엉키고 뒹굴면서 지냈던 친한 형인 탓에, 그걸 알게된 과정도 너무 신기한 나머지- 근대건축사 강의를 하시던 김정동 교수가 일본에서 우연히 알게된 가이드인데 Y대 국문과 출신의 박사라고 해서 알아보니 바로 그 시절 내가 "때문이형" 이라고 불렀던 그 형 -  구입을 했었던 탓에 솔직히 건성으로,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는 그 형의 말투, 그 형의 의식세계 등을 대충 더듬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번역자 이력을 보면, 참 이 사람도 평범하게 살지는 않았구나 싶은게, 사실 나도 이런 것이 실릴 기회가 언젠가 주어진다면, 내가 한줄한줄 만들어온 이력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다지 평범한 축에 드는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외우게 된건, 메이지,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 에 이르는 일본연표에 대한 상식. 특히 쇼와 몇년, 다이쇼 몇년과 같은 계산법에 대해서 이제는 왠만히 익숙해진 듯도 하다, 물론 금방금방 튀어나올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1년부터 헤아려가면서 계산할만큼의 어줍잖음에선 벗어난 듯. 그동안 간간히 일본의 근대문화를 다룬 책들을 접하면서 그냥저냥 뭉개면서 지나가곤 했었는데, 이젠 도저히 그렇게 지나갈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지대로' 검색질을 해 습득한 팁이 나름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일본의 백화점의 역사가 무려 메이지 몇년까지 올라가니, 다른 건 몰라도 백화점의 역사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근 백여년 정도 뒤쳐진 셈이라고 봐도 좋을듯 싶다. 읽으면서 가장 놀라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바로 일본의 이 선진성, 이라고 해야하겠다. 내 기억에도 불과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나 가졌을법한 백화점 문화에 대한 기억이 일본은 1910년 대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선풍을 끌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를 어쩌면 좋을지, 쫒아가는 것도, 따라하는 것도 한도가 있고 경계가 있는지라, 도를 넘는 그것이 낳은 모든 병폐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될 뿐일텐데 또 이는 어찌하면 좋을지, 를 마치 망국의 경지에 이른 백성마냥 한탄하면 책장을 넘기게 되더라..

이 책은 권공장의 시대, 오복점의 시대를 거쳐, 지금도 익숙한 미쓰코시, 다이마루, 마쓰야, 이세탄, 한큐 등등의 일본의 백화점의 등장과 발전상을 통해 서양으로부터 받아들인 '근대의 원형'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게 되었는가, 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본이 스펀지처럼 서양의 근대문화를 빨아들이고, 나름의 색깔을 입혀 눈이 핑핑 돌아갈만큼의 일본적 근대화를 이룩하던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우리의 일제강점 치하와 맞물려있음이, 한편 내내 '욱' 스럽기도 했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들이 우리를 '밟고' 이룩한 근대화, 라고 말할 만큼 나는 애국자도 아니고, 물론 그러한 근대화의 바탕이 된 대개의 자본이 침략과 약탈에 의한 것들임에는 분명하겠지만, 그런 식의 사고라면, 현재 일본에서 배워갖고 오려고 발악을 하는 거의 모든 것들의 뿌리 또한 한뿌리임에 분명하니, 우린 자존심상, 아무것도, 배워와도 가져와도, 안되는 것이 되버린다..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를테면, 가져와서 쓸거면 곱게 쓰지 왜 저럴까, 싶은 영어, 를 비롯한 일본 속의 서구문명, 서구문화가 있다. 그것들을 독특하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상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른바 '화양절충' 을 통해 드러나는 일본인들의 사고와 근성, 에 부러움이 생긴 것 같다. 파리로, 영국으로 그 먼 옛날 파견을 보내고, 배워오게 하고, 베껴오게 하면서 받아온 서구의 백화점 문화가 마치 그것이 '완결' 을 위해서 일본을 찾아온 양, 비로소 정착되어지는 모습을 보면, 무엇을 가져와도 자기색을 제대로 입힐 수 있는 재주  하나만큼은 정말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고, 그 이전에, 무엇을 가져와도 자기색을 제대로 입히고야 말겠다는 그 '자기것' 에 대한 자부심이 세계 제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쇼3년 건축된 미쓰코시 백화점의 외관을 설명하는 요미우리 신문의 기사를 인용한 구절이 있는데, 그 기사인즉슨, 이 건물의 외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수에즈 운하 동쪽으로는 비교할 것이 없는' 과 '수에즈 운하 동쪽 최대의 건축물' 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도대체 당시 일본의 관점에서 '수에즈 운하' 의 상징성이 무엇이길래,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아무리 운하, 가 중요한 교통수단, 운송수단인 나라이지만, 세계를 이쪽과 저쪽으로 가르는 관점으로 '수에즈 운하'를 기사에서 자연스럽게 인용할만큼, 당시 수에즈 운하가 세계사에서 가지는 의미가 그렇게 대단했단 말인가, 싶어서, 뜬금없이 한동안 수에즈 운하 검색놀이에 빠졌더랬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지만 물론 한개두 기억못하는 그것을 새삼스레 말이다.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숨은 즐거움이고, 양분이지 싶다. (2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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