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 방탕아인가, 은둔의 황태자인가? 김정남 육성 고백
고미 요우지 지음, 이용택 옮김 / 중앙M&B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의 북한 전문 기자인 저자가 우연히 베이징 공항에서 김정남과 조우하고 명함을 건넨 것을 계기로 김정남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면서 교환했던 이메일 전문과 마카오에서 직접 만나서 한 인터뷰를 묶어서 낸 책이다(국내에 번역되기 전에 조선일보에서 이 책에 김정남이 천안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대박 오보를 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515547.html). 호기심에 읽기는 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굳이 다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었던가 회의가 들었다. 물론 다수의 독자들이 말씀하시는대로 나도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좀 다를 수 있는 인물이겠다는 결론을 얻기는 했다.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을 분들을 위해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정도만 정리해 둔다.

 

* 김정남은 김정은과 정식으로 만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김정일 사망 전에 한 얘기이므로 김정일 장례식장에서 만났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무리 이복형제라지만 그래도 로열 패밀리의 일원인데 그럴 수 있는지.. ;;

 

* 김정남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김정일도 원래는 아들을 후계자로 삼지 않겠다고 공언하여 왔다고 하던데, 갑작스럽게 최근 몇년 내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운 것에는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내부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또 동생에게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감추지는 않았다.

 

* 김정남은 북한이 살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개혁, 개방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거듭해서 주장한다. 실제로 저자가 파악하기로는, 스위스 유학 후 귀국해서 자본주의적인 제도들을 북한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김정일의 노여움을 산 것이 후계구도에서 배제된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지나치게 방탕하다는 등의 이유가 아니라).

 

* 김정남은 저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김정은에 대하여 후계자가 된 이상, 선군정치와 같은 정치이념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과 김정은을 꽤나 자극한 모양인지 위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부터는 김정남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동생에 대해 꽤나 실망감을 느꼈는지, 김정일 사망 직전에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정은이를 북한 주민에게는 물론 대내외로 홍보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외모가 고 김일성 주석을 닮은 것만으로 홍보가 될까 싶네요. 유감스럽게도 그 어린애의 표정에선 북한같이 복잡한 국가의 후계자가 된 사명감이나 신중함, 향후 국가 비전을 고민하는 그 어떤 생각도 읽을 수가 없어요."라는 정도의 쎈 표현까지 쓴다. 이런 대목들 때문에 출판된 후에 꽤나 곤욕을 치루지 않았을까 싶었다.

 

* 김정남은 계속해서 자신은 북한의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이라면서 의도적으로 북한 정세와 거리를 두고 있다. 스스로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히 대외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텐데, 속으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중국이 김정은 체제가 위기에 봉착할 경우 대안으로 중국에 친화적이고 개혁, 개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김정남을 옹립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김정남에 대해 철통 경호를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뭐.. 얼마나 실현 가능성 있는 얘기인지는 알 수 없다.  

 

* 김정남이 보기에 국내 출간 서적 중 '만화 김정은'은 사실에 가까운 책이고, 중앙일보 기자가 썼다는 '후계자 김정은'은 소설에 가까운 책이란다.

 

* 김정남은 대한민국을 (북한 사람들과는 달리) '남한'이라 부르고, 그가 평소에 쓰는 말투도 북한말보다는 남한말에 가깝다고 한다. 이화여대까지 졸업한 후 월북한 어머니 성혜림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북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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