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련한 젊은 샐러리맨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이중의 심각한 폭력에 대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건 이상한 세계에서 온 것' '저건 정상적인 세계에서 온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들 당사자에게 그것이 무슨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들에게는 그 두 종류의 폭력을 여기와 저기로 구별하여 생각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보이는 겉모습이야 다를지언정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둘은 같은 지하의 뿌리에서 뻗어나온 동질적인 것 같아 보인다. -.쪽
이윽고 나는 모든 판단을 정지하고 말았다.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틀린 것인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누구에게 책임이 없는지, 그것은 이 취재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거기에 있는 말의 집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나름대로 몸을 가루로 만들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거미가 되었다. 어두컴컴한 천장 한구석에 있는 이름 없는 거미 말이다. -.쪽
지하철 사린사건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의 마음으로 보면, 이 책을 쓰고 있는 나는 '안전지대'에서 온 인간이며, 언제든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인간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가 맛본 괴로움을 정말로 알 수 있을 리 없다'라고 말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말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끊어버린다면, 우리는 그 이상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뒤에 남는 건 하나의 도그마밖에 없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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