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이름을 처음 접한 순간 떠오르는 작품은 대부분 1984나 동물농장이다. 전체주의와 감시 사회, 정치적 풍자의 대명사 같은 책들. 하지만 그 모든 작품 이전에 혹은 그 모든 글 바깥에, 작가 자신이 왜 쓰는지를 되짚는 짧은 에세이가 있다. 제목은 <나는 왜 쓰는가>이다.


이 에세이는 단지 작가의 글쓰기론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적인 고백처럼 시작하지만, 곧 글을 쓴다는 행위가 세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묻는다. 오웰은 말한다.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네 가지 본능적인 충동 때문이라고.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사실을 기록하려는 충동, 그리고 정치적 신념. 이 네 가지 동기는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함께 작동하기도 한다. 오웰은 그 안에서 평생 갈등하고 타협하며 글을 써왔다고 고백한다.


그중에서도 오웰은 ‘정치적 목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그는 스페인 내전과 파시즘의 부상을 겪으며, 글이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후 그의 글은 모두 정치적인 방향성을 띤다. 그러나 그 정치란 단순한 당파성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 권력의 거짓을 드러내려는 자세에 가깝다. 이데올로기를 부수되, 언어로 설득하려 한다.


이 에세이는 오웰의 거창한 선언문은 아니다. 오웰은 누구보다 직면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쓰는 자신을 어린 시절의 허영심에서 시작해 습관처럼 사물을 관찰하던 외톨이로 그린다. 그리고 고백한다. 자신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며, 아무리 세상이 위태롭고 냉소적이라 해도, 글을 통해서만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솔직하기에 가닿는 고백이 있다.


나는 왜 쓰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단지 작가나 기자뿐 아니라, 이 시대의 기록하는 모든 이들이 마주할 질문이다.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말을 걸고,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증언하려 한다. 그러니까 글쓰기란 결국 관계의 행위다. 혼잣말 같지만, 본질적으로 타인을 향한 것이다.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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