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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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다음 생애는 내 딸 해줘."


 늘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이 작품이 소개된 문장을 읽었을 때 떨렸다.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까. 엄마는 정말 세상을 떠나는 것일까. 하는 그런 의문들이 있었다.


 주인공 우짱은 전반 내내 엄마를 증오한다. 틈만 나면 발광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낄낄 웃을 정도는 아니었다. 엄마의 삶은 언니인 큐오와 달리 덤으로 낳아진 삶이었다. 끊임없이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고 이제야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사랑이 주어진다고 생각한 결혼은 우짱과 밋군만이 남아버렸다. 결국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고 자신을 매도하고 자해했다. 어디에도 자신의 안식처는 없었다. 이를 보고 자란 우짱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직접 세운 SNS만이 우짱의 삶이었다. 


 너무도 숨 막히는 설정이었다. 엄마를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우짱의 서사를 적절히 녹임과 동시에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업었다는 걸 독자들에게 강렬히 심어주었다. 엄마를 불행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엄마의 자궁을 찢고 나온 자신. 아름다웠고 찬란했던 우짱의 신이었던 엄마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 역시도 자신이었다.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엄마를 위해 성큼 뛰어들겠다는 우짱의 의지가 서러웠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이렇게 깊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불행을 견디려면 주위 사람들보다 자기가 훨씬 불쌍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야만 하는데, 그 비극을 빼앗기면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pg_66)

- 인간의 육체는 압도적인 기원의 공격을 견디지 못해요. 유일하고 절대적인 신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제각기 기원할 대상을 인간에게서 찾습니다. (pg_85)

- 엄마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도 우짱이지만, 자기를 낳은 엄마라는 생물을 쫓아다니는 아기보다도, 유코 이모를 잃어 불행에 잠긴 아키코보다도 훨씬 더 우짱은 엄마를 사랑했습니다. 엄마가 계속 아름답기를 바랐습니다....우짱도 할 수만 있다면 엄마를 축복하는 천사 가브리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엄마가 죽는 날은 아마도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평화로운 봄날일 것 같아요. (pg_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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