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마지않는 달콤씁쓸한 이야기

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내가 구병모 월드에 입성하게 해준 작품이자 한국소설의 재미를 일깨워 준 아주 고마운 작품이다. 이 작품을 몰랐더라면 구병모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나, 한국의 젊은 작가님들께 관심을 갖지 못했거나 가지더라도 한참 나중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애틋한 작품이었으니 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빨리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개정판이 도착하고 같이 배송받은 작가님의 편지와 이번에 새로 실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약간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그러니 개정판이겠지만) 구판과 같이 비교하며 읽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시대가 변하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혐오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문장들을 대체하거나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을 다듬으신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구판 버전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소년이 좀 덜 소심해지고 점장님이 살짝, 아주 살짝 더 다정해진 것 같기도...?

몇 번을 읽어도 이 책은 결말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Y의 경우, N의 경우 모두 마음에 들지만 N의 경우의 마지막은 몇 번이고 내 코 끝을 시큰하게, 심장이 요동치게 만든다. 마치 내가 소년이 된 것처럼 다시 만날 점장님과 파랑새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마법같은 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새롭게 단장해 더 멋있어진 표지도 과몰입에 한 몫하니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꼭 접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더 널리 알려져야 해....!!!!!

📖
현실은 쓴데 입속은 달다.
📖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
누군가 씹다 뱉어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나는 그걸 견디어 그 속에 얼마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위저드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100자평] 이만큼 가까이

이만큼 가까이 (리마스터판)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ㅣ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세랑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소설 속 등장하는 매개체들이 레이어드된 새 표지 정말 맘에 들어요!

숨겨져 있던 이야기_두번째 엔딩

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NS를 하다가 청소년 시절 재밌게 읽었던 소설들의 외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후다닥 서평단 신청을 해서 가제본을 받아보게 되었다. 총 9권의 소설의 외전을 묶어 놓았는데 읽어봤던 책은 두세 권뿐이었던지라 전부는 무리이더라도 원작을 접하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한권씩 읽어보기 시작했고 새롭게 재밌는 책들도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평소 좋아했거나 이번에 읽고 정말 좋았던 이야기들 위주로 리뷰를 해보자면 먼저 소장하고 있던 <아몬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막연히 윤재와 곤이의 뒷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그들과는 거리가 조금 먼 본편으로 치자면 한 줄의 묘사조차 없는 엑스트라의 이야기였다. 상자 속의 그 남자는 항상 보는 택배 상자이기도 하고 자기 바운더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하는 틀과 같기도 한 그 상자 속에서 나올 수 있을까.

다음은 <버드 스트라이크>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의 외전은 어떨까 궁금했다. 여기서도 엑스트라라고 한다면 그렇게도 볼 수 있을 다니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없었다면 비오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겠지. 그가 어떤 심정으로 시와를 도왔는지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페인트>의 외전은 독자들이 원하는 딱 그런 외전인 듯 했다. 주인공들의 몇 년 후 뒷이야기. 신입 가디의 정체가 반전이라면 반전.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의 외전은 조금은 먼 옛이야기인 원작들과는 달리 현시대의 북쪽 풍경을 그린다. 이 이야기들의 교집합인 경애가 딱 마무리를 지어주는 느낌이라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소설을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하거나 과몰입을 마무리 하고픈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