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 그린북스 92 그린북스 92
생 피에르 지음 / 청목(청목사) / 198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폴과 비르지니, 1788> 베르나르댕 드 생 피에르(1737-1814) 著.

이 책은 라마르틴(1790-1869)에게 분명 경전인 듯하다.
<폴과 비르지니>는 라마르틴의 소설 <그라지엘라, 1852>에서 몇 차례 비중 있게 언급이 된 바 있는데 <호반의 연인, 1849>에서도 수차례 등장한다.

심지어 여자 주인공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나는 비르지니의 고향과 가까운 열대지방의 한 섬에서 태어났어요. 그곳은 시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꿈의 나라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다 보니 자연 <폴과 비르지니>에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게 됐다.

 

인터넷, 이 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물릴 만큼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우선 비르지니의 고향이란 그곳은, 남아프리카의 섬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지명은 모리셔스 섬이며 현재 독립국가인 모리셔스공화국이다.

과거 네덜란드-프랑스-영국의 순서로 섬을 지배한 이력이 있다.

 

이어지는 관심사는 소설의 줄거리.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줄거리엔 별 관심이 없다. 연애소설에서 줄거리에 집착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연애소설이란 남녀 두 사람의 마음을 작가가 어떻게 싹 틔우고 꽃피게 하는지, 그리고 다행히 열매를 맺는다면 그 모습이 어떠한지, 하나하나 장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만이다. 그게 낭만주의 소설을 가장 낭만주의적으로 감상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편 문명의 이기는 과할 정도의 정보들을 제공해 주지만, 정작 현실에선 다른 문제들이 남는다. 작품 자체를 접할 길이 없는 것이다. <폴과 비르지니>는 과거 60년대, 80년대 두 차례 출간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시중에서 중고 서적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리저리 헤매던 중 90년대에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금성판 세계문학대전집'에 <폴과 비르지니>가 포함돼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도서관을 뒤져보니 다행히 책이 있다. 더 다행인 것은 최근 집 근처에 새로이 도서관이 생겨서 가까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이다.
도서대출은 학교를 졸업한 이래 처음으로 해 보는 것이니 어언 사반세기만이다.

 

그리고 전집엔 운 좋게도 라파예트 부인의 소설 <클레브 공작부인>까지 들어있다. 일거양득. 실은 <클레브 공작부인>에 <폴과 비르지니가> 끼어있는 거라고 해야 맞지만 어쨌든 내게 둘 중 하나는 보너스인 셈이다.
작가 라파예트 부인은 카뮈가 그의 메모인 작가수첩에서 극찬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문체는 두 가지가 있다. 라파예트 부인과 발자크. 전자는 디테일에서 완벽하고, 후자는 큰 덩어리를 다루는 데 능해서 네 개의 장 정도만 읽어도 벌써 그의 호흡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고 한 바로 사람.
그 극찬이란 실상 발자크의 몫이지만.

 

*사진: 파리식물원에 조성된 <폴과 비르지니>, 그리고 저자인 베르나르댕 드 생 피에르의 기념 조상

 

 

*사진: 사반세기만에 대출 받아본 책. 금성판 세계문학대전집, 7권 <클레브 공작부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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