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육아 일기 - 여덟 살 아이가 마흔 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오진영 지음 / 눌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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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다 읽고 나면 아...자식자랑이구나, 내가 왜 이걸 읽었지.



그러나, 이건 순도 백프로의 육아일기. 출산과 분리된 육아의 기쁨과 본질을 그려냈다. 육아일기는 한편으로는 엄마가 된 자신의 성장일기. 이 책을 통해 나의 육아는, 나의 엄마됨은 어떤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 책 리뷰를 자주가는 커뮤에 올렸다가 이 사람 조국 반대하는 사람이니 참고하라는 취지의 댓글을 받고 사실 좀 멍하다. 누구나 조국을 찬성해야만 하는 것인지... 친일도 일베도 아닌데 작가의 사전검열을 해야하는 것인지.





저자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브라질에 국비유학을 갔다가, 브라질 교민과 결혼한다. 그러나 평생 초3 수준의 외국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낀 후 이혼 후 귀국한다.



이후 기자 생활을 하다 현재의 남편을 만나, 39살 나이에 8살된 아들의 엄마가 된다. 그러니까, 8살 나이에 시작된 육아일기



새엄마가 그 나이에 얻은 아이에 대한 애증도 아니고 일방적인 사랑만의 이야기인데도 그저 거룩하지만도 않고 너무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었다.



저자는 아이를 얻고 사랑하면서 자신이 엄마로 부터 상처를 이해하고, 유학까지 가서 교수되는 일에 실패해 좌절했던 자신의 과거와 화해한다.



이렇게 솔직할 수 있다니, 이렇게 내맘처럼 알아줄 수 있다니. 엄마가 된 후 단순히 아이를 사랑하게 된 것뿐아니라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의 나 자신의 좌절까지도 이렇게 공감한 책은 오랜만이다.



엄마라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해서 8살된 아이를 키우는 나는 몇번이나 감탄하다 찡해졌다.



정말 누구에게나 붙잡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커갈 때 내 눈에 비친 엄마는 자식들이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라고 당신이 세워 놓은 기준에 못 따라가는 처지가 될까봐 두려워했고, 그 두려움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두려움이 되었다. 엄마의 두려움과 나의 두려움은 하나가 되어 분리하기 어려워졌다.



대학교수가 되어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과 대학 교수가 못 되어 남에게 업신여김당하는 불행에 대한 두려움, 그 소망과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이었고 사실은 한 몸이었다.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두려움만 남았으니 한국에 돌아오기 싫었다.





나는 별것 아닌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짜증내는 쪽이었다. 그리고 내겐 힘들어도 참고 밀고나가는 뚝심이나 근성같은 것도 없는 편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지치면 쉽게 중단하고 놓아버리는사람, 결승선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힘들다고 그만두는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제멋대로 하겠다고 빽빽 울어대는 어린 인간을 다루다 지쳐서 어느 날 "어우 나 몰라, 포기야. 나 그만할래" 하고 뛰쳐나가게 될까봐 무서웠다.





아빠 여자친구라면서 가끔 같이 나들이다녔던 아줌마인 내가 빨리 엄마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거라는 그 마음이, 아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선명하게 파악됐다. 그러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벅차올랐다. 그건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사는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큰 쓸모가 되거나 도움이 돼본 적 없는 인간인 이 내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그가 간절히 원하던 존재가 되었다는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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