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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어떻게 출현하는가 - 도구, 의식, 그리고 언어의 진화
조용현 지음 / 서광사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한참 전에 어떤 철학관련 계간지에서 축약된 형태로 작성된 저자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참 신선한 접근방법이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저자가 언제쯤 그런 집약된 생각을 책으로 풀어낼까 기대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의 이름마저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서점에서 조금은 치기어린 제목의 이 책을 접하고, 혹시나 해서 뒤적거리다 예전에 보았던 그 삽화들을 보고 이 사람이다 했다. 참 반가웠다.
거대담론도 가고 종합도 가고, 오로지 난해하고 소통불능 상태의 전문성만 남았다는 말들이 많고, 인문학의 쇠퇴는 구문이 되어버린 시점에 난 저자의 정신해명을 위한 노력이 분명 반시대적인 움직임이라고 느낀다. 그는 어쩌면 대학에서 쫓겨나기 딱 좋은 사람이다. 자신의 전공도 아닌 부분을 이토록 과감하게 찌르고 다녔으니 각 전공에 관계된 분들은 얼마나 상심이 크고 분하실꼬? 분명 그의 그림 속에 맞춰진 조각그림들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그건 아닌데..'하고 반론을 제기할 부분이 많을지 모른다. 정말 저자는 오류투성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 그의 오류는 큰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그의 책은 하나의 매혹적인 그림그리기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궁금해했을 커다란 문제, 어느 시점부터 제기하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런 문제를 그는 큰 화폭에 과감하게 그리고 있다. 그건 구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떤 오락거리도 비길 수 없는 환상적인 공연일 수 있다. 거기에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많은 참고서적들은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엄청나게 늘려놓게 된다. 이 또한 큰 즐거움이 된다.
사실 그의 책은 소묘와 같아 매우 거칠다. 마치 다음에 쓸 책에 대한 요약을 적은 느낌이 들만큼 논리가 빠르도 관련된 사실에 대한 검토 또한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는 쪽으로만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독자로서는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 그의 빈 자리를 하나하나 채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