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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 흔하지만 가장 특별한 동행에 관하여
한혜진.오승현.박용미 지음 / 책소유 / 2019년 10월
평점 :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읽으며 책장을 연신 덮는다.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지독했던 입덧과 임신의 기억.
아이가 태어났지만 모성애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나를 자책했던 순간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어렵고 두렵고 막막했던 날들.
쌀쌀했던 2015년 11월의 어느 날,
이유없이 울며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밤거리로 나가 하염없이 걷던 날들.
어두컴컴한 안방에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한손으로 아기 잘 재우는 법을 폭풍검색했던 날들.
‘오늘 야근해.’ ‘오늘 저녁 먹고 들어가.’ 라는 톡조차 없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열폭했던 수많은 밤들.
일을 시작하고 친정 부모님을 동시에 수술실에 넣어놓고
폐렴에 걸려 열이 나는 아이를 업고 아동병원으로 달려가던 날.
전염성 병에 걸린 아이를 차에 태우고 맡길 곳이 없어 병원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울던 날.
육아와 살림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과 피 터지게 싸웠던 날들.
하지만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감격하고 감동했던 순간들.
점점 심해져가는 건망증에도 아이의 처음이었던 순간들만큼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력.
이렇게 예쁜 아이가 진정 내 아이인가 싶어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날들.
현실이 힘들고 가슴 아팠던 날에도 아이로 인해 웃었던 날들.
남편과 싸우고 가슴 치며 울던 날에 아이가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줬던 날.
괴물처럼 고함을 지르는 내게 아이가 ‘그래도 나는 엄마가 좋아.’라고 말해주던 날.
이 모든 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덮었다하며
울컥 눈물이 났다가 빙그레 미소 짓기도 한다.
그렇게 과거로의 여행을 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의 책장을 또 덮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상하며 미래로의 여행을 떠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모습.
친구들과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 참고 있는 내 모습.
방문을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는 아이를 문 밖에서 기다리는 내 모습.
친구문제 또는 성적 문제로 고민하며 울기도 하는 아이를 그저 지켜보며 애 태울 내 모습.
하지만 아이와 함께 친구, 성적, 이성문제를 진지하게 대화할 수도 있고
아이의 급격한 몸의 변화를 축하해줄 수도 있고
아이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고 마트에 가고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나의 힘듦을 아이와 진솔하게 대화 나눌 수도 있고
때로는 둘이 한편이 되어 아빠를 놀리며 깔깔거리는 날들도 상상해본다.
그렇게 나는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책을 덮는다.
그리고 나는 현재의 나와 아이를 떠올린다.
수많은 과거를 지나온 지금의 나는 정말 근사한 엄마가 되어있는가?
앞으로 나는 근사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 이다.
예전에 나는 근사한 엄마를 완벽한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근사한 엄마가 되려고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엄마도 사람이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며
아이를 사랑하는 것 또한 엄마인 내가 최고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사한 엄마가 완벽한 엄마는 아니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완벽한 엄마를 내려놓은 요즘의 나는
아이에게 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실수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또 아이에게 엄마도 못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내가 못하는 것을 아이와 함께 연습하기도 한다.
엄마의 체력은 강철체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엄마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내 아이도 더 많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펼치고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더 근사한 엄마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