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 - 빅토르 프랑클의 의미심리학
정인석 지음 / 학지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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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안전행정부 독서학습과정을 위해 작성한 글로 휴러닝 사이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빅토르 프랑클의 의미심리학은 프로이드, 칼 융과 함께 현대심리학의 근간을 마련해준 아주 가치있는 학문이라 할 수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였으며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색하고 고민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아주 영특한 소년이었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점령과 동시에 유대인 민족섬멸 작전으로 인해 꼼짝없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져야만 했으며, 프랑클은 미국 망명이라는 선택의 자유가 있었지만 부모를 버리고 혼자 입신양명하는 길을 버리고 스스로 수용소행을 자초했다.
프랑클의 3년간 수용소 생활은 정신과 의사로서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할수 있는 시간이었고 극한의 조건아래 인간성의 다양한 면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인간의 존엄, 즉 의미심리학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그곳에서 부모 형제 아내를 잃는 고통을 맛보았지만 프랑클은 결코 절망하지 않았으며 인생의 고통에 대해 숙고하였고 인간정신의 숭고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빅토르 프랑클의 삶의 여정은 흥미진진하고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그의 이론과 학문은 죽음의 고통과 고난을 겪은 생생한 경험에서 나왔으므로 마음을 당기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프로이트는 일찍이 인간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면 개개인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고...중략....그러나 수용소에서 프랑클이 목격한 것은 이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프랑클은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체험한 것은 도덕적으로 퇴행이 아니라 진보이며 진화였다. 이것은 도덕적이며 종교적이기도 하다."(69페이지)

위 내용은 나에게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왜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숭고미가 발현되는 것일까? 그러나 모든 인간이 그러하지는 못했다. 프랑클이 수용소에서 본 것은 동일한 상황에 직면하여 어떤 사람은 퇴행하여 돼지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설령 당신이 당신 인생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할지라도 당신의 인생이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해야 할 어떤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72페이지)

나는 위 구절을 읽고 가볍게 한대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얼마전부터 무기력증과 가벼운 우울증상이 있었는데 나의 인생에 대한 낙담, 비관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위 내용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인생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살아가기 이전에 한 인생이 나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우주적 관점이 나의 마음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해 고통스런 시련에 부닥치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뭔가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무언가가 결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84페이지)

프랑클은 이런 고난의 인생이 자신에게 준 고난을 극복해 가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해 온 힘을 다해 원고를 쓰고 삶을 살았다.
나 역시 내게 닥친 고통과 고난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과 낙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활의 속도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의미를 추구하는 의지의 좌절, 불만, 불충족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인은 자기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현대인은 그것을 모르면 모를수록 점점 더 생활속도가 빨라서 이를 간과하고 만다"(96페이지)

이 구절은 현대문명과 사회가 결코 인간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와서 하루종일 직장에 매여있다 저녁에 퇴근하고 그 피곤함에 아무것도 할 수없는 신체적,감정불능의 통제를 종종 겪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가?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 다음 일을 생각하기도 싫다. 십중팔구 난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을 떠다닌다. 난 일종의 현대사회의 노예가 되어 사는 기분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다. 몇몇 선택받은 소수의 부를 가진 사람을 제외한곤 직장이나 생활이라는 돈에 얽매에 하루하루를 사는 현대인들이 불행하다고 느껴졌다.

"신이 당신의 호소에 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신은 무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반향이 돌아오기를 바라서는 안됩니다. 당신에게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 사실 그 자체가, 즉 당신의 호소가 무한한 절대자에게 닿았다고 하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신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침묵하고 있을 뿐입니다"(208페이지)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에게 하는 기도에 대해서 약간의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꼭 이루어진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구절을 읽고 신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아주 극미하게나마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신은 우리의 기도를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의 기도가 신에게 닿았다는 이 역설적인 문장은 한단계 깊은 사고를 요하는 일이었고 신의 존재에 대해 나는 잠시 아득해졌다.

결론적으로 -의미없는 인생은 없다- 이 책은 만만한 책이 아니다.
저자 정인석 선생님은 에세이트가 아니라 교육심리학 박사이다. 그리고 1929년생의 84세의 노년의 학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폭넓은 독자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심리학을 전공하는 또는 관심있어하는 독자 일부를 위해 발간한 책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제1장에는 프랑클의 생애에 대한 짧은 리뷰가 있고 2장부터 5장에는 프랑클 의미심리학에 대한 이론서에 가깝다. 6장엔 독자를 위한 리뷰가 있지만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면 읽어내리기 힘들만큼 전문적인 용어들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요새 아주 달콤한 인생 코치에 대한 처세술과 자기 개발서적들이 판치는 요즘의 작금에 비추어,
이 책은 나에게 아주 힘든 도전이자 오아시스의 물처럼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음미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달콤한 용어로 솔깃하게 만들지만 이내 유치해지고 머릿속에 남지않은 뻔한 말의 인생코치에 대한 싸구려 책들과는 아주 질적으로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의 고통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숭고미를 체험했던 아주 양심적이고도 아름다운 20세기 초의 한 학자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고전과 인문학의 위대함과 가치를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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