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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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단편하게 책읽는당이라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이번에는 은희경 작가님의 신작 중국식 룰렛의 작품 중 '장미의 왕자'
단편이라 쉽게 읽힐 줄 알았으나 한 번만 읽기에는 줄거리 파악이 어려웠다.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참고로 이 글은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내가 읽고 느낀 점 위주로 글을 작성했다.

글에서 나오는 화자는 '나'로 남, 여 2명이 나온다. 
수첩 속 내용이 등장할 때, 화자가 바뀐다.
이 두 화자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수첩이다. 
물기를 머금은 검은 대기 속을 저벅저벅 걷는 겨울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은 차갑고 싸늘하기만 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들의 감정은 축축한 겨울과 달리 메말랐다.

- 알고 있는지. 나의 모든 것은 거짓이다. 진실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소설의 첫 부분에 있는 문장이다.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문득 
나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과 세상의 부조리함을 느꼈다. 
진실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지만
나는 진실하게 행동하려고 했다. 이 행동,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점을 나도 깨달은 건가. 
나는 문득 소설의 겨울 배경처럼 차갑고 씁쓸함을 느꼈다.

마녀의 저주로 자신의 성지 밖을 나가면 
흉측한 몰골이 되는 장미의 왕자!
성지 안의 모습의 나의 참모습인가, 성지 밖의 모습이 나의 참모습인가
성지 안 모습도 '나'이고, 성지 밖의 모습도 '나'이다. 
꾸밈도, 가식도 없고 어쩌면 내가 보기 싫은 추한 것들의 모습이 
성지 밖의 모습이 진짜 나라면... 
이미 나는 알고 있다.  단지 부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 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포함해 생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다지 강한 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요새 내가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느낌을 작가가 대신 말해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강한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에는 꿈도 열정도 많았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사랑, 연애 등 일상에서 강한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 아니면 겪고 난 후의 현상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권태롭고 무미건조한 인간이었을지도..

- 이 세상의 부당함은 정교하고 완고하게 위와 아래가 짜여져 있어
마법이 풀리는 반전 따위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 소설을 바라보는 작가는 무미건조하고 싸늘하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태도가 차갑고 냉혹한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다시 한번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현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내 주변은
축축하고 차가운 겨울의 대기를 감싸고
난로 위의 끓는 주전자와 김이 서린 유리창..
텅 하니 나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  

언젠가 성지 밖의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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