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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군요 그 20년 알라딘과 함께한 시간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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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SF소설, 그것도 인문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니 범상치 않을 것이라 짐작은 했다. 그 시작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있던 시인 왕후의 갑작스러운 자살이었다. 갑자기 겉으로 봐서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은 자살의 배후를 파헤치던 친구 리푸레이는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던 기업 제국과 최고경영자 의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게 된다. ‘제국은 엄청난 기술을 개발해왔다. 의식을 공유하는 칩을 뇌에 이식하게 하여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통합, 발전시켜왔다고 평가받는 집단과 인물이었다. 하지만 인류통합과 영생이라는 자신의 목표 실현을 위해 은밀히 언어를 제거해가며 인간에게서 서정성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기본 개념으로 등장하는 이동영혼, 의식공동체 등과 기술을 통한 인류의식의 통합이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면이 없지 않았지만, 소설을 지금 중국 사회상에서 비춰보며 그 맥락을 짚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아시다시피 현재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여러 분야에서 경제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자 시진핑과 그 정치체제 하에서 중국인들은 많은 정보를 통제당하고 살아가고 있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통해 중국 인민들은 엄청난 경제성장과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 선 중국을 얻었지만, 그들이 소설 속 인류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며칠 전에는 중국 정부에서 지나친 상업화를 이유로 크리스마스를 단속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들었던 씁쓸한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또 자살한 시인이 제국의 철저한 조정과 통제 속에 작품을 쓴 것으로 나오는데 문학예술은 반드시 절대적인 당의 지도와 감독 아래에 놓여야 한다.’라는 중국 공산당의 원칙이 여전히 중국의 문화예술을 더욱 은밀하면서도 더욱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 (중국의 최고 배우 판빙빙이 세금탈루 혐의로 한 순간에 날아 가버린 사건도 그 일례로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자살로 제국의 음모에 온 몸으로 저항을 표출한 시인 왕후는 초원 출신으로 소설 속에서 묘사되어 있는데, 그가 혹시 한창 중국이 탄압하고 있는 신장이나 티벳 출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신장이나 티벳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살이나 죽음을 무릅쓰는 행동으로 중국 정부의 탄압에 저항과 독립을 부르짖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한다. 때로는 현실보다 더 가혹하다. 그렇기에 때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더 직시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문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가 직시를 못하는 현실의 엄청난 민낯을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서는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게 하니 말이다. ‘중국이 그렇다면 또 한국은 얼마나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하고 생각이 천천히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이 소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설정을 통해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없이 불온한 책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이 나에게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 이 소설이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떠오르는 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였다. 영화에서 부모와 사회적 기대를 벗어나 연극배우를 꿈꾸는 학생은 죽음을 택한다. 이 소설에서 시인이 죽음을 택한 것처럼 말이다. 이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키팅 선생님은 학교에서 쫓겨나지만 학생들은 책상에 올라가서 시를 소리 높여 읊으며, 성적과 성공이 전부가 아닌 자신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시인의 죽음을 통해 리푸레이가 서정성을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앞에서 두려움 없이 목소리 높여 삶과 서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겹쳐진다.

 

결말의 존재를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어떤 가능성도 회피하지 않은 채 엉망이 될 그 이후의 국면을 통찰하면, 그 이후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조금도 약화되지 않을 겁니다. 통찰이든 시도든 성실하게 대하고, 절대 관중을 가공해 멋대로 공연하지 않을 것이며, 요행심리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을 거고요. 이렇게 세상을 대하고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서정 아닐까요?... 그런 행동, 그런 인생이 바로 서정시가 아닐까요?”

 

2018년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 책을 덮으며 2019년의 다가올 새날에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다시 질문은 이렇게 이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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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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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설정을 통해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없이 불온한 책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이 나에게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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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춘기 수업 - 사춘기 아이의 정서를 이해하고 학습력을 높여주는
이민서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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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 순간은 이 생에서 처음이다. 그건 늙으나 젊으나 다 마찬가지이다. 처음 맞닥뜨린 사춘기에 아이들도 힘들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이 순간이 처음이라서 당황스럽고 힘들다.

 

몇달전 세상에 누구 하나 부러울 것 같이 씩씩하고 멋진 친구 M이 전화로 속상함을 토로한다. 너무나 착한 모범생 아들을 두고 있는 줄만 알고 있던 그녀가 쏟아내는 이야기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마무시한 중2병이 드디어 이 집에도 찾아온 것이다. 아들 때문에 이래저래서 머리를 싸매고 드러 누울 뻔한 이야기에 나는 속으로 '21세기 호환마마는 사춘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처럼 이 책은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 덕분에 더 혼란스러운 2의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는 사추기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교육 관련 기업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셨고 한 아이의 엄마로 자녀와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 상담심리를 공부한 하고 현재 학습코칭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이라고 한다.

 

저자의 사춘기-사추기 일상과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사례들을 책에 두루 담고 있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남에게는 머 그저 그런 일처럼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사연들에 대해 저자는 핵심이 되는 조언들을 담담히 전해주고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법 같은 걸 담은 책은 아니지만 것, 그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주시는 내공이 나에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참 더 무얼 모르던 젊은 시절, 나는 담백하고 깊은 맛보다 자극적인 양념에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보다 단순한 맛에 끌린다. 그처럼 이 책도 요란한 양념 없이 시원한 한 그릇의 평양냉면처럼 담백하지만 이치에 맞게 빠른 요행이 아닌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 아는 거라 해도 그걸 직접 상황에서 실천해 보면 결과는 천양지차이리라.

 

막 책을 덮고 나니 중2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를 보면서 들었던 막연한 걱정들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

 

부모의 이혼으로 학습의욕이 떨어지고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아 왠지 모르게 가슴 아팠는데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은 겪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걱정이 잦아든다. 차근차근 하나씩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고 양육자 자신의 정서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으로 우리는 복잡하게만 보이는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카는 1년에 몇 번 어쩌다가 만나고 가끔 짧은 통화를 하는 게 전부이지만 그때마다 책에서 조근 조근 짚어준 것처럼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서(도형심리성격유형 검사)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고 자기 유능감을 갖고 씩씩하게 성장해 나가는 걸 격려해 주고 싶다. 집중력 높이는 방법, 노트정리법, 효율적인 기억법 같은 좋은 팁들은 매우 유익해 보여서 30후반부터 급격히 집중력 떨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여기는 나부터 우선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더운 날 시원하고 깔끔한 평양냉면 한 그릇 먹으러 가자는 마음으로 사춘기 엄마로 고군부투중인 친구 K와 조카네에게 이 책을 사주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기 같은 이 사춘기를 아무쪼록 가볍게 훗날 이 시간들을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잘 지나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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