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
비교 암, 걱정 독. 엄마가 늘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살았다. 살아지더라. 걱정 따위 지우고 비교 따위 버리니, 암걸릴 일도 독 퍼질 일도 없더라. 물론 근배에게 산다는 건 걱정거리로가득했고 사람들의 하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남겨준 말을 꼭꼭 씹었다. 하대는 상대방의 시선에서나온 비교였고, 비교를 거부하자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담담하게 대응하는 근배를 사람들은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걱정또한 지금 현재의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먹자 실재하지 않는허상에 불과해졌다.
이곳에서 나는 숨이 좀 트였고, 지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고, 묵은 생각을 꺼내 햇살에 말릴 수 있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문제들을외면하기보다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전원주택에 끊이지않는 벌레들을 모조리 살충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살며 얻어가는 불편하고 곤란한 일들을 받아 안고 사는 법을 체득해갔다. 평안 평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볼 수 있어 가능했다. 늘 잘해왔다 여기기 위해 덮어둔 것을 돌아보았고, 부족한 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애썼다. 호수에 유유히 떠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서 분주히 발을 놀리는 것처럼, 평안을 위해부지런히 자신의 상처를 돌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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