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이자 사법 정의인 정답과 채점자가 정답으로 처리하는 답이 달라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비로소 진짜 검사인지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하여 권력의 채찍에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몸을 불살라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분들의 가슴에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모진 비바람 속에서 온몸으로 민주주의의 싹을 지켜낸 우리 시대의 거인에게서 그 어두웠던 시대의 상흔을 씻어내며 역사의 한 장을 함께넘기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헌법에위반되어 무효인 법령이므로 무죄이고, 내란선동죄는 관련사건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관련 증거를 믿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정권교체를 넘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폭동을 선동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임관한 이후 검사 선서가 제정된 것이라 검사 선서문을낭독하고 임관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검사가 그러하듯 저 역시도 검사 선서문을 보면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이라 지칠 때면한번씩 찾아 읽곤 합니다.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오로지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하는,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 라는 자긍심은 지친 제 영혼을 깨우는 각성제이고, 저를 대한민국의 수호천사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전국칠웅의 하나인 제나라 명재상 안영은 군주가 나라를 잘이끌면 그 명을 따르고, 군주가 잘 이끌지 못하면 그 명을 따르지 아니하여 군주가 백성에게 허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함으로써 명재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옛글을 보니 충성스러운 신하와 현명한 신하의 차이는 신하의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간언을 듣는 군주를 모시고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잘못된 것을 말하지 아니하여 윗사람이 잘못한다면 아랫사람의 잘못이지만, 잘못된 것을 말했음에도 윗사람이 잘못한다면 그것은 윗사람의 잘못이겠지요. 저는 앞으로도 제 도리를 다할 생각입니다.
2013년 12월 11일 원고의 최종진술 법은 법이 필요 없는 가지고 쥔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입니다.권력은 끊임없이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법조문을 잠재우고,사문화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은 잠든법조문을 흔들어 깨워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옹호할 숭고한 의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사법은 소리입니다. 법정에서 당사자의 잘못을 충고하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소리입니다. 그리하여 사법은개개인의 양심을 일깨우고, 이 시대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정의를 일깨워 사회적 약자들의 의지처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합니다. 그러한 막중한 사명을 법원과 나눠가진 검사에게 법률과 국민이 어떠한 자세를 요구하는지, 법원은 아름다운 합창을 위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하모니를 원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검사 선서에서 요구하는 검사의 자세와 헌신, 용기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매 순간순간 요구받는 것입니다.
검찰이 검찰다울 수 있도록 시민과 언론이 끊임없이 관심을기울여주시고, 검찰의 해명과 홍보 발언에 고개를 바로 끄덕이지 마시고 진의가 무엇인지,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에 대한요구와 비판을 잠시도 멈추지 말아 주시기를 더욱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검찰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와비판만이 검찰을 바꿀 수 있겠지요. 함께 꾸는 꿈의 힘을, 결국함께 나아가는 역사의 힘찬 발걸음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